2022년 12월 30일
May the Force be with you.
안녕하세요, Zannah입니다.
5년하고도 보름만에 처음으로 쓰는 글이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블로그는 이미 접었습니다. 지난 5년 간 저도 거의 들어와보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블로그를 남겨두었던 그 시간동안 여전히 들어와 보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이 소수나마 있었음을 확인했고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인사이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왜 블로그를 접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나 끄적여볼까 합니다.
제 마지막 글은 2017년 12월 15일 라스트제다이를 본 이후에 적은 글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라스트제다이를 보고 실망해서 그 충격으로 탈덕하고 블로그를 접었다고도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저는 그 때, 그리고 그 이후로 제가 스타워즈 팬 활동을 한 20년의 기간 중 가장 활발하고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다만 온라인에서의 팬 활동은 그 때 접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여러 추측들이 있지만, 저는 당시 라스트제다이를 꽤 재밌게 봤었고 지금도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참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라스트제다이가 아니라 그 이후에 나왔던 인터넷 상에서의 온갖 싸움과 비난에 질려 온라인 활동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 때 제가 라스트제다이를 보고 짧은 논평을 SNS에 남겼는데 그게 그렇게들 미우셨었나 봅니다. 디즈니에서 뇌물을 받고 좋은 평을 썼다는 말들도 있었고 (진짜라면 제가 블로그에 리뷰를 썼겠죠?) 뭐 여러가지 말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는 패드립을 동원해가며 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선 넘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몇 번 라스트제다이 리뷰를 써보려고 시도해봤지만, 영 의욕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절필을 선택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과몰입하여 싸움닭처럼 글을 써대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 재밌자고 보는 스타워즈인데 그거 때문에 성낼 일이 뭐 있나 싶더라고요.
대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스타워즈를 알리고 즐기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501군단 대한민국지부와 레벨리전 일리니엄아웃포스트 설립에 힘을 보탰고 코믹콘서울, 스타워즈데이, 전주국제영화제 등 크고 작은 행사들에서 501군단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501군단이 가진 희망과 포용,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봉사하고 기여한다는 정신은 혼자 전투적으로 팬질을 해오던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힘들게 기획한 행사를 직접 실행하며 느낀 빛나는 성취감과 동료애는 지금까지도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들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제 커리어패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디즈니와 계약을 맺고 전세계에 단 20명 남짓 있는 특수 마케팅 에이전트로서 런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훈련을 수료했습니다. 이후 여러 공식 스타워즈 오프라인 행사의 배후에서 활동했습니다. 스타워즈 공식 행사를 찾아다니신 분들이라면 아마 높은 확률로 제가 한 결과물을 보셨을 거예요. 정확히 뭔지는 NDA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지만요. (라스트제다이 찬양리뷰는 아닙니다. 😜)
또한 국제적인 클럽이라는 501군단의 특성 덕에 수많은 해외 팬들과 교류하고 직접 해외에 나가 코스튬을 입고 트루핑을 뛰기도 했습니다. 501군단의 정말 신나는 점 중 하나가, 세계 어디를 가도 친구가 꼭 있다는 것이예요. 덕분에 즐거운 경험 참 많이 했죠. 특히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 시카고에서 매일 밤을 새가며 해외 501군단 사람들과 술을 마시던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음... 뭐 그래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뭐가 있을까요?
스타워즈 관련 이야기도 유튜브로 흥미롭게 전해주고 계시는 (사실 요즘 누가 이런 걸 이글루스에서 찾아보겠어요? 다 유튜브 보지 ㅎㅎ) 봅뺏 님이나 김태지 님도 계시고 이제 이 블로그는 할 일을 다 한 거 같습니다.
저는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 完
# by | 2022/12/30 18:15 | 일상의 잡담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