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5일
트래비스는 너무 커졌다.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카렌 트래비스는 역대 델레이 계열 스타워즈 작가 중, 트로이 데닝을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출세일로를 걸어왔다. 첫번째 작품이었던 하드컨택트는 '클론의 눈으로 본 스타워즈'라는 독특한 컨셉과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리퍼블릭 코만도 게임의 성공, 스타워즈에서 보기 힘들었던 하드SF와 밀리터리 요소에 카렌 트래비스의 밀어치는 글빨이 어우러져 엄청난 상업적/평론적 성공을 기록했다. 이후 리퍼블릭 코만도 계열 소설들은 차례대로 성공을 거듭해나가며 카렌 트래비스를 돈방석 위에 앉게 해줬다. 리퍼블릭 코만도로 공전의 성공을 거둔 트래비스는 쟁쟁한 선배 작가들과 함께 LotF 시리즈에 참여하는 엄청난 저력을 발휘했고 메인 스트림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 딴지 걸고 싶은 건 없다. 이 성공은 어디까지나 카렌 트래비스가 노력해서 거둔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공에서 벗어나 심층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트래비스가 리퍼블릭 코만도 2권이자 가장 큰 상업적 성취를 거둔 작품인 트리플 제로를 발표한 시기는 2006년. 2002년부터 2005년 초반까지를 장식했던 클론 전쟁 에라에서 이미 다른 작가들이 손을 뗀 시점이었다. 이런 때에 발표된 트리플 제로는 클론에 대한 이전까지 없었던 방대한 설정을 쏟아놓으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드 컨택트는 사실 트리플 제로부터 시작되는 '진짜 리퍼블릭 코만도'의 인트로격 소설이다). 클론과 만달로리안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그들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전통을 부여하고, 명분을 부여한 트래비스는 명실상부한 '클론/만달로리안 전문가'로 떠올랐다. 이후 따른 클론 설정집들에 트래비스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게 없고, 그녀가 실제로 쓴 것들도 있다.
트리플 제로 이후 트래비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메인스트림 중의 메인스트림인 LotF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녀는 엄청난 양의 작품 발표와 함께 활발한 온/오프라인 포럼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 나갔다. 스타워즈 오프라인 팬덤을 대표하다시피 하는 '501사단'이 베이더의 군대가 아니라 트래비스의 군대가 된 것도 이쯤에서다. 솔직히 말해 필자 역시 트래비스의 막강한 필력과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팬이 되었던 사람들 중 한명이다. 델레이 시대 개막 이후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작가가 없었기 때문에 트래비스의 파워는 팬덤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성공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반탐 시대에 비해 델레이 시대가 욕을 덜 먹는 이유는, 작가주의적 성격이 강했던 반탐에 비해 팀워크가 중시되어 작가가 자기 색을 내면서도 정도를 지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Post NJO 시대를 루세노와 데닝이 먹었다고 해도, 작품들에는 그들의 색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클론 전쟁 시대는 그렇지 않다. 이 시대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었던 헤이든 블랙만과 존 오스트랜더는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에 정신이 팔려있는 상태고, 그 외 소설 중에선 자기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던 작가가 트래비스 밖에 남아있지 않다. 클론 전쟁 시대의 작품들이 대부분 단편 내지는 영향력이 적은 작가들의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매튜는 독고다이니 논외로 치자). 그 때문에 트래비스는 어느세 클론 전쟁 시대를 대표해버리는 작가로 커버린 것이다.
어제 모 포럼에서 벌어졌던 토론(을 가장한 난투극)에서 보여진 카렌 트래비스의 모습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과거 작가주의 시대의 독단적 모습이었다. 물론 고집 세고 자기 목소리가 큰 것이 트래비스의 매력이지만 지금까지 팬심(心)과 가장 가까운 작가로 여겨지던 그녀가 자기도취에 빠져버린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클론워즈3D의 소설판 다섯권이 모두 카렌 트래비스와 카렌 밀러의 손에 의해 쓰여진다는 건 상당히 걱정되는 일이다. 밀러는 트래비스에게서 스타워즈를 배웠기 때문에 사실상 트래비스의 입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즉, 클론워즈3D의 소설판은 사실상 트래비스가 전권을 가지고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여러 개성있는 작가들이 각자의 색을 보여줄 수 있었던 NJO나 LotF와는 반대되는 일이다.
물론 클론워즈3D는 다른 누구도 아닌 조지 루카스가 직접 관여하고 있지만 트래비스가 루카스의 클론워즈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쓰겠다고 한 것을 봐서 사실상 이 시대의 소설판은 트래비스 혼자의 몫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팬심을 저버린 작가가 한 시대를 체우게 되었다는 건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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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7/25 16:59 | 별들의 전쟁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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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론워즈 3D가 클론 전쟁 타임라인 전부를 커버하게 된다. - 루카스가 지휘하는 TV 시리즈와 극장판 이야기라면 루카스의 의지대로 클론워즈를 개편해나가는 마지막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클론워즈 EU 작품들이 기존의 마블 스타워즈나 밴텀 시대의 소설들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된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일이겠지만, 루카스가 직접 지휘한다면 설정에 있어서 일원화가 이루어지게 될 것은 사실이다. 그게 달가울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