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악역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


옙. 그것은 진리.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저 분께서 몸소 증명해 보이셨지요.

작품에 있어서 주인공의 캐릭터는 분명 중요하지만, 작품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플롯이고, 플롯은 갈등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주인공과 대칭되는 위치에 서서 갈등을 이끌어 나가는 악역이 잘 만들어져 있어야 작품의 맛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혈 만화가 아닌 이상은 악역에 의해 작품의 분위기가 결정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이는 더욱 중요해지지요.


...뭐, 오늘은 이렇게 모든 분들이 잘 아시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클론전쟁에 등장했던 악역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고자 합니다. 이제 겨우 9화까지 진행되었지만, 사실상 그 때문에 정리하기가 더 쉽.. (읍읍읍!!)



1. 제기럴제너럴 그리보우스

그리보우스 장군은 원래 클론워즈2D에서는 전쟁 후반에 깜짝 등장하여 막강한 사이버네틱스 바디로 전선을 공포로 몰아넣는 역할이었습니다. 에피소드3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보우스는 곧 공포와 파괴의 이미지였죠. 개인적으로 그 이미지를 참 좋아했고, 국내 많은 팬 분들도 그 당시의 모습을 그리워 하십니다만, 문제는 영화가 나옴으로 인해 루카스가 생각한 그리보우스의 이미지는 그게 아니라는게 증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녀석은 모 용자 시리즈에 등장해서 싸움 한판 거나하게 하고는 폭발하는 로보트에서 우주를 가로지르며 '두고보자!'라고 외치는 악당 행동대장에 가깝습니다. 아니, 사실 그 자체입니다. 싸울 때는 호기 있게 싸우다가도 조금 질 듯 싶으면 자가용 우주선을 타고 뒤 돌아보며 도망갑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날 때면 잔뜩 허세를 부리죠. 안타깝지만 영화의 그리보우스의 이미지는 그대로 3D까지 계승되었습니다.

설정이 뒤집어지면서 전쟁 막판의 조커에서, 초기부터 뛰는 대표적 행동대장으로 역할이 바뀌어버린 그리보우스는 그냥 그저 그런 악당 역할입니다. CIS군이 함대를 끌고 나타날 때면 이를 끌고 나오는 역할로 써먹는 것이죠. 제대로 된 상대는 한명도 쓰러뜨리지 못하면서 괜히 약한 부하들이나 갈궈대는 비열하고 찌질한 캐릭터죠. 아무래도 그리보우스의 인기를 생각해서 초반부터 자주 보여주려고 한 모양입니다만, 결국에는 캐릭터 하나를 망쳐버리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뭐 이번주에 방송되는 10화에서는 거의 주인공격으로 등장하는 모양이니 재기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만, 상대가 무려 킷 피스토인지라 과연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


2. 두쿠 백작

사실 두쿠는 CIS의 실질적인 마왕임에도 불구하고 2D에서나 3D에서나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쿠의 개성이 가장 잘 부각되는 것은 리퍼블릭 코믹스라고 할 수 있지요. 클론전쟁에서는 아직 시리즈 초반인지라 그냥 그리보우스나 아사즈 등에게 명령이나 내리고 가끔 화 내고 하는 역할입니다. 뭐 전형적인 특촬물의 마왕 역할이라 할 수 있겠군요. 물론 두쿠는 그 위에 막후 인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나킨도 바르지 못하는 그저 그런 모습입니다.


3. 아사즈 벤트리스

현재로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악역은 아사즈 벤트리스입니다. 극장판에서 오비완이 가지고 놀고, 1화에서는 요다가 가지고 노는 굴욕씬만을 보여준 뒤로는 등장하지 않았었지만, 이번 9화에서는 제대로 된 어세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제다이 기사단 내에서도 순위권 안으로 노는 루미나라 은둘리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뽐냈고, 특히 '어세신'이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날렵한 몸놀림과 비열함은 상당히 인상 깊었죠.10점 만점에 7.5점은 주고 싶습니다. 벤트리스는 원래 리퍼블릭 때부터 상당히 마음에 들던 악당입니다. 리퍼블릭의 다른 적들인 그리보우스나 더지가 무식하게 때려 부수는게 특기인데 반해 아사즈는 아나킨의 약점을 들춰내며 약올리는 '입담이 강한' 악당이거든요. 역시 악당은 말을 잘 해야죠.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아나킨 보다는 아소카와 더 엮이는 듯 싶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아나킨과 붙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소카도 워낙에 입담이 쎄서 아사즈의 악역으로서의 특징이 잘 살지 않아요...

아사즈의 저 깔깔깔 거리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9화 최고의 명장면이라 생각..


4. 아르가이어스


9화의 1회용 악역이었지만 그 포스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성우인 제임스 마스터스의 차가운 목소리도 어울렸고, 클론임을 약올리며 괜시리 인간인 것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내어 그리 사령관을 약올리는 것도 멋졌죠. 디시버님도 지적하셨듯이 정말 여러모로 시즌1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오리지널 캐릭터인데, 그냥 써먹고 버렸다는게 정말 아쉽습니다... 잘만 하면 리퍼블릭의 퀸란 보스 처럼 사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음... 시즌1에서는 이 이상으로 더 등장할 주목할만한 악역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랄까, 하지만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대체 무슨 떡밥이 있어서 시즌4까지 만들겠다는거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꼭 등장했으면 하는 악역은 역시..


더지...

......개인적으로 클론 전쟁 사상 최고의 악역이라고 생각하는 더지입니다... 어떠한 상대를 만나도 압도하는 파괴력과 2000살의 경륜(?)에서 나오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마치 벌레와 얘기하는 듯한 대사는 정말 압권이지요. 뭐 아사즈와 함께 오히려 성인용 작품에서야 어울릴법한 악당이라 일단은 저연령용인 클론전쟁에 등장할까 싶습니다만..

<참고로 저기 깔려있는 건 다름아닌 오비완>


시즌2 즈음에는 꼭 등장하길... 시즌1에 나오면 뭔가 불안불안해서 원..


by Zannah | 2008/12/09 17:37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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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치코마 at 2008/12/09 18:31
2000살???
Commented by 로스트 at 2008/12/09 18:42
조이 SF보니 2000살 확실합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27
요다보다 더 오래 살았죠. 반영구적 수명을 가지고 있다보니..
Commented by 포스 at 2008/12/09 19:29
아직까지 더지가 나오지 않았다니... 좀 실망스럽군요.
Commented at 2008/12/09 19: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27
아아 그게 시한이 만료되었나 보군요.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8/12/09 23:09
첫번째 사진은 마릴린 맨슨이군요 (웃기지 마)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28
마릴린 맨슨은 락계의 악역인가요. ^ㅂ')
Commented by Jedi Gyeol at 2008/12/10 00:45
그리버스... 이번 3D 에서 처참하게 '망가진' 케릭터... 매일 도망다니는 그가 안타까울 정도였다니까요 ㅠ

그런데 더지가 2000살이라니... 후덜덜이군요... 요다보다도 늙다니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28
뭐 저는 원래 그리보우스 팬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진 않지만... 과거 그리보우스를 엄청 좋아하셨던 분들이 정말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Commented by 카바론 at 2008/12/10 00:51
솔직히, 지금 상황만 봐서는, 뭘 신임할 구석이 있어서 새퍼레이티스트들이
그리버스를 사령관 자리에 앉혀놓고 전쟁을 하는지 모르겠음.

그만큼 인재가 없다는 말인가.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29
원래 분리주의자들은 버리는 카드... (으음?!)
Commented by 블랙 at 2008/12/10 10:33
'망한' 히어로 영화들의 공통점은 강렬한 악역이 없었다는거였죠.

카리스마와 끈질김을 보여줘야 하는데 '한방에 잡았어?'수준으로 나오면 그 영화는 망한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30
반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배트맨 같은 레전드급 히어로물들은 모두 강력한 악역 캐릭터들이 있지요. 렉스 루터라던가, 베놈이라던가, 조커라던가...

...근데 일본 용자물들은 드라이어스 빼고는 그다지 인상깊은 악역이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wolfclan at 2008/12/10 14:25
지금 초 은하급 찌질함의 카리스마 그리버스 무시하나여???

그야말로 고전적 악당의 재발견!!! 개그계 악당 패러다임의 재해석!!! 오늘은 또 언제 도망갈것인가가 기대되는 최초의 악당!!! 낡아빠진 카리스마계 악당은 가라!!! 더 로드 오브 찌질 그리버스가 강림하셨노라!!! 제다이 광검 컬렉션 따위 짤짤이로 따먹은 것이다!!!

오오~ 불타오른다... 이것이 버닝 오브 찌질이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32
울프클랜님 전부터 그리보우스의 찌질함에 너무 감동 받으신 것 같...

음음 그리보우스의 특징이라면 역시 뭔가 슈퍼파워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은 더없이 찌질하다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LimeTea at 2008/12/10 20:58
아르가이어스 맘에 들었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32
문제는 저는 네타를 봤었다는거..ㅠㅠ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Commented by 이사카 at 2008/12/11 10:06
▶◀그리버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2d에서의 그 강력한 뽀스는 이제 안드로메다로(..)

Commented by Zannah at 2008/12/11 14:32
과거의 추억.. (아 눈물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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