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4일
예상을 뒤집었던 클론전쟁 10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이전 프리뷰 포스팅 때도 말했었지만, 클론전쟁 10화는 9화에서 멋지게 명예회복 했던 아사즈에 이어 그리보우스가 지금까지의 찌질함을 벗어 던지고 복권하게 되는 에피소드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상대가 킷 피스토 같은 고수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었고, 결국 피스토의 제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그리보우스가 다시 올라설 것으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10화의 목적은 그리보우스의 명예회복이 아니었습니다. 피스토의 옛 제자 (이제 갓 기사가 된) 나다르는 혼자 싸웠기에 평소의 그리보우스의 찌질함을 대표하던 '약한 적만 골라 싸운다'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었고, 그나마도 제대로 된 광검 대결도 아닌 비겁한 수를 사용함으로서 이겼죠. 오히려 초반에는 자기 본진에 돌아오자마자 다리가 잘려 기어서 도망치는 그리보우스 역사상 최악의 굴욕씬을 연출했고, -여기까지 오자 킷 피스토를 이긴다는 반전 중의 반전을 생각했지만- 결국 예상대로 피스토의 이도류에 계속 밀리기만 했었죠.
그럼 10화의 의미는 대체 뭐란 말입니까? 그리보우스가 본진에서도 밀리는 찌질이라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 킷 피스토가 메인에 서서 작품 홍보하는 에피소드(←사실 이걸 노리고 피스토를 내보냈을 가능성 99%)? 아닙니다. 이번 10화의 메인은 분명 그리보우스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된적이 없었던 그리보우스의 존재의미와 심리상태(?)를 비추는 한 편이 되었습니다.

우선 이번 에피소드의 모든 대결이 사실은 두쿠 백작의 계획이었다는 점이 주목해볼만 합니다. 그리보우스는 제다이들이 자신의 본부를 습격했다는 것도 알지 못했지만, 사실 두쿠가 공화국군을 불러들였고, 미리 그리보우스에게 알리지 못하게 마그나가드까지 꺼놓은 상태였죠. 이게 그리보우스를 위해 준비한 '테스트'였다는 사실이 중간에 밝혀지지만, 대체 무얼 위한 테스트인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글쎄요, 킷 피스토 같이 싸워봤자 승산 없는 상대를 수련용이라고 던져줬을리도 없고, 후반에 '클론 몇명과 제다이 기사 따위 가지고 공적이라고 하다니!'라며 힐책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더욱 혼란을 가중합니다. 대체 두쿠는 왜 킷 피스토 일행을 여기에 불러들인 것일까요? 어쩌면 그리보우스와 대결할 때 나오는 킷의 '너는 한때 긍지높은 전사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단지 두쿠의 체스말일 뿐이야!'라는 대사가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편의 가장 흥미로운 파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그리보우스의 '주변 인물들'이죠. 일단 고르라는 로그와트 (보통 랑코라고 생각하시던데, 랑코가 아니라 로그와트라는, 이번에 새로 나온 괴물입니다)가 있습니다. 고르는 그리보우스의 '애완동물'로, 그리보우스가 집에 들어올 때 애완견 부르듯이 '고르? 고르?' 하는 것과 죽었을 때 슬퍼하는 장면을 볼 때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건 지금까지 그리보우스가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감정입니다.

또한 가장 특이한 캐릭터였던 닥터 드로이드가 있죠. 닥터는 그리보우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농담을 던집니다. 보통 배틀드로이드라면 그 자리에서 (문자 그대로) 모가지가 날아갈 상황이죠. 하지만 그리보우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그리보우스의 마스크를 벗기면서 '거슬릴지도 모릅니다'라고 하는 걸 보면, 그리보우스가 가지고 있는 전사로서의 과거, 그리고 그 과거가 가진 긍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과거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리보우스의 마스크는 한때 칼리쉬의 위대한 전사였던 과거에 대한 애착 그 자체입니다. 이번 10화 중간중간에 마스크 형상으로 되어있는 기둥장식 등이 보였는데, 이 모든 것이 그리보우스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집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물론 뒤에서 킷 피스토가 위에서도 언급한 대사를 통해 그런 긍지를 부정하지만요.
이 닥터라는 캐릭터를 좀 오래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클론전쟁 아니랄까봐, 떡밥을 던져놓고 그냥 죽여버렸습니다. -_-;;; 대체 어째서 '오 이거 좀 써먹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들은 다 이렇게 한편만에 죽어나가는 것일까요..
# by | 2008/12/14 22:37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핑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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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을 한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보실 수 있듯이 이번 두 에피소드는 연작으로서 그리보우스를 주요 캐릭터로 잡고 있습니다. 어째 시즌1 중간에 10화인 <Lair of Grievous>편에서 킷 피스토에게 쳐발린 후 퇴장해 겉도는 인생이 되어버려 많은 그리보우스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죠. 마지막 등장이 2008년 12월 12 ... more
여하튼 이번 에피소드는 이전 에피소드들 보다는내용이 훨씬 더 깊이있어진것 같아 좋았습니다^^
혹시 그리보우스는 다스베이더 프로토타입 이란 루머는 없나요?
왠지 두쿠를 통해서 황제가 베이더 장비(?) 시험을 해본 거라던가...
하는데, 그건 좀 무리가 있지요-_-;;
아나킨의 재활 수술에 그리버스에게 적용된 기술과 거의 같은 기술이 적용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다스 베이더의 프로토타잎 운운...은 앞뒤가 안 맞아요.
물론 작품 외적인 배경에서 보면, 그리버스는 다스 베이더의 프로토타잎이라
는 컨셉으로 디자인된 캐릭터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 제작 과정에
서의 이야기지, 스토리상으로는 아닙니다.
...............-_-;;
2D당시의 카리스마 대괴수 그리버스보다 현재의 로드 오브 찌질을 더 좋아라하는 저로써는 그 찌질함에 적잖이 깊이를 더해준 에피소드가 아니였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전투용 기계 신체를 이식했다고 해도 비 포스 센시티브로써의 한계를 가질수 밖에 없는 그리버스가 단지 껍데기만 남은 전사로써의 자긍심과 비틀린 증오만으로 자신이 결코 넘어설수 없는 적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패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의 찌질함이야 말로 자신은 결코 가질수 없는 것들에 대한 증오어린 갈망이라고 할수 있겠죠. 이것이야말로 샤아나 다스베이더 같은 카리스마계 악당은 결코 보여줄수 없는 또다른 인간적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파괴된 얼굴(가면)을 바꾸는 부분에서 호빵맨이 생각나는건 도대체......
음음, 그렇죠. 그리군은 역시 찌질해야 제맛..?! 이죠? 음..
제가 스타워즈에 대해 좀더 알아보기위해 우키페디아에서 저혼자 번역(?)해보고있어요.
사람들중에 더지와 그리버스가 싸우면누가 이기는지 질문이 많이오가는걸 봤는데요. 저도 더지가 당연히 이길거라고생각했는데 우키페디아읽다보니
두쿠가 그리버스를 시험하기위해 아사즈랑 더지랑 그리버스랑 대결시켰는데 그리버스가 이 둘을 굴복시키고 자신이 드로이드군대총사령관에 적합한 인물이라는걸 두쿠에게 보여줬다라는 문장이있어서 의문을 갖게 되었어요
이문장으로보면 그리버스가 더지를 이긴다는말이 되는것같은데
그리버스와 더지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그리고 애초에 클론워즈 어드벤처가 캐릭터간의 힘의 관계 따위는 거의 생각도 하지 않는 작품이라서 말이죠. 참고로 저 역시 더지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