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8일
스쿨데이즈 리뷰 - 책임 없는 남성상에 대한 혐오

넵. 어제도 말했듯이 주변인들의 만류로 보지 않고 있던 막장데이즈를 다 봤습니다. 과연 고어한 결말이더군요.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스쿨데이즈 12화가 방영금지 처분이 걸렸고, 당시 오타쿠 살인사건에서 스쿨데이즈가 소지품으로 나왔다는 뉴스는 저도 실시간으로 접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로테스크에 대한- 기대를 스쿨데이즈는 충분히 충족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찬찬히 리뷰나 끄적여보겠습니다.
스쿨데이즈 초반부는... 다른 리뷰에서도 이미 언급되어 있듯이, 그냥 평범한 학원물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고어물로 승화(?)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웠던 전개... 거의 귀엽기까지 하더군요. 일단 1화에서 여친이 맺어지고 다른 여자애가 대쉬를 걸어오는 것에서 삼각관계가 나올 것이란 것까지는 예상 했었고... 하지만 중반 이후로의 전개는 그냥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막장데이즈'라는 별명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하드코어한 결말 때문에 붙인 것이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오히려 결말은 중간 전개에 비해서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놈의 중간 전개가.... 그야말로 막장이라는 것이죠. 저도 2006년부터였나... 아무튼 쏟아져 나오던 하렘물 중 상당 작품들은 익히 본 상태였고, 하렘물의 전개는 보통 한 여자에 대한 루트가 끝난 후, 다음 여자로 넘어가는 (......)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예, 고정관념이었죠. 누가 TV판 애니(중요!)에서 이런 스파이더물을 예상했겠습니까.

그 스파이더의 중심에 서 있는 놈은 역시 주인공인 이토 마코토. 이 새끼는 갭니다. 그냥 개에요. 그것도 발정이 나서 안달을 못하는 짐승. 스쿨데이즈에서 펼쳐지는 모든 파란의 원인은 으쌰으쌰 한번 해보고 싶어서 아무 여자에게나 달려들려 하는 그놈의 성욕입니다. 대체 이 새끼는 왜 키스만 하면 자빠뜨리려는 겁니까! 그런데 그게 초반 코토노하에게 하는 짓과 세카이에게 다리를 뻗게 하는 부분까지는 (그리고 좋게 봐줘서 오토메랑 ㅂㄱㅂㄱ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이후 세츠나, 히카리, 그리고 4반 여햏 3명까지 가니까 그냥 멍해지더군요. 솔직히 코코로까지 손대지 않았다는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코코로 친구의 원조교재 암시는 좀 쩔었습니다만..)
이토는 분명 피의자입니다. 1차적으로는 말이죠. 하지만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점점 이 놈이 피의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초반부의 이토는 대체 뭘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해서 시시껄렁한 연애 지침서나 뒤적거리는 평범한 남학생이였습니다. 애가 상당히 멍청해서 문제지, 초반부에 녀석은 분명 평범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이 카사노바의 더러운 버전으로 발달(?)하는데 발단이 됐던 건 세카이와 코토노하의 태도에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가 스쿨데이즈의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입니다. 여성분들이 거북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토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쉽게 몸을 내줘버리는, '맹목적인 사랑'의 왜곡된 버전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때문에 마코토는 성을 너무나도 쉽게 얻게 되었고, 이는 이후에 따라오는 주변 여성 캐릭터들의 잇단 '몸 내주기'로 인해 이토 안에 고정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뜻에서 이토의 개 같은 본성은 1차적이라는 겁니다. 2차적으로는 그 개의 목걸이를 풀어버린 주변 여성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개는 개인데, 잘못 길들여진 개라는 것이죠.


그렇게 모든 캐릭터들, 그리고 특히 주인공 3인방에게는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셋 다 불쌍한 캐릭터들이기도 하죠. 분명 비현실적인 설정입니다만, 그 설정을 받아들인다면 모두 자신의 욕망을 좇다가 엉켜버린 케이스니까요. 이 중 가장 책임이 큰 것은 (이토를 제외한다면) 세카이입니다. 솔직히 유유부단한 주인공 셋 중 가장 결정적으로 유유부단한 하나를 꼽으라면 세카이가 맞습니다. 이토에 대한 세카이의 초반부 태도는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작품 내에서도 언급되듯이- 위선자니까요.
코토노하에 대해 말하자면.... 하아, 한숨부터 나오는군요. 마지막엔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지만 사실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코토노하입니다. 다른 것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심지어는 결말의 고어까지 빼고서도) 제작진이 사디스트인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바로 이 캐릭터입니다. 대체 이 놈의 제작진은 이렇게 순수한 소녀를 어디까지 더럽히고 짓밟을 작정인 건지, 작품을 내내 궁금하더이다. 피가학성의 본질이 깨끗한 것을 오염시키는 행위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코노토하에 대한 제작진의 태도는 그야말로 사드 실험이었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코토노하 타락의 물꼬를 튼 것은 세카이였죠. 뭐 물론 그 전에 이토의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만. (제가 계속 세카이와 기타 여캐릭터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건, 그 이전에 이토라는 놈이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아놓고 하는 겁니다..)

결말에 대해 말하자면...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니 마지막에 누군가가 칼질을 하고 주인공이 칼 맞아 뒈진다는 것까지는 2007년 당시 넘쳐났던 스포 때문에 알고 있었는데, 그게 세카이일 줄을 몰랐다는 것이죠. 작품 후반부에 들어 칼질을 하는 것은 코토노하일 것이라는 암시가 넘쳐났었습니다. 부엌에서 부엌칼을 한번 보여주는 것이나, 이를 붕대에 둘둘 싸고 다니는 것은 분명 복선이었죠. 그리고 전 세카이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칼질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토를 죽이는 건 세카이였죠. 스쿨데이즈에서 반전을 찾자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때문에 세카이가 칼을 들고 뛰어나오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애증에 애증이 쌓인 칼질 한번 한번이 제 가슴을 아리더이다. 사실 이토와의 관계로만 놓고 보자면 세카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였으니까요. 때문에 그 분노에 찬 칼질은 적어도 제 속에서는 정당하다고 느껴지고 있었고, 세카이에 대한 동정과 함께 큰 여운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어졌던 그 유명한 옥상톱질과 요트에서의 엔딩은 오히려 그저 그런 엽기였습니다. 세카이에게 문자가 왔을 때부터 그 결말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것이고, 애증이 여운을 남긴 세카이의 칼질에 비해, 이미 타락할대로 타락해버린 코토노하의 칼질과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느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분노는 있었죠. 더럽혀진 코토노하에 대한 동정심도 느껴져야 했지요. 하지만 이미 그 감정은 후야제 포크댄스 장면에서 타이스케에게 범해지는 장면에서 절정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마지막 씬은 그저 흥행을 위한 눈요기(.....) 엽기씬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스쿨데이즈 방영 전후로 유명한 오타쿠 묻지마 살인사건이 있었죠. 살인범과 스쿨데이즈를 연관지을 수 있는 증거가 나오기도 했고요. 그 때문에 살인에 대한 원인으로 이 작품을 규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작품은 오히려 오타쿠에 대한 면역이 되었으면 되었지, 원인이 되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스쿨데이즈는 흡사 일루젼 계열 게임이 현실에 나타났을 때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자들이 쉽게 몸을 내주고, 남자는 그걸 탐닉하게 되고, 전형적인 일루젼류의 전개지요. 하지만 그 주체가 되는 주인공을, 순종의 대상이던 여성이 죽임으로서 작품은 오타쿠에 대한, 아니 넓게 봐서 책임 없는 남성상에 대한 혐오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건 뭐 예전에 썼던 레이프레이 리뷰가 생각나는군요..-_-;;). 물론 이를 사유하는 사람이 마코토 수준의 정신수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지만요.
스쿨데이즈는 분명 불편하고, 더럽고, 비현실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느낌 없는 그저 그런 작품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by | 2009/01/08 16:27 | 섬나라 애니 | 트랙백 | 핑백(2)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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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하면 의외로 선선한 굳 엔딩이 많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19금도 붙어있고...
널리고 널린 학원연애물 놓고 이렇게 현실적이고
극중 상황에 충실한 엔딩 낸것도 없을걸요.
물론 좀 다른 의미에서 현실적이지만야.
그리고 그 비현실의 설정이 현실에서 발현되었을 때 이런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인 것이고요. ^^
그저 그런 학원 러브 스토리물이려니 하고 정주행 하다가 ...
미끌.. 철푸덕..;;
뭐 욕먹을 만하니까 욕먹죠. 그나저나 화앨 주인공도 꽤 병맛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걱정되네요.
카츠라가 세카이 목을 톱으로 갈김 - 선혈의 결말
세카이가 마코토 배를 칼로 가격 - 나의 아기에게
카츠라가 마코토한테 차이고 자살 - 영원히
이거 말고도
서머데이즈에서는
마코토가 집에 있는데 갑자기 임신한 세츠나가 외국에서 돌아온다던지...
뭐 여러가지가 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스쿨데이즈 최종화 방영 전에 일어났던 사건은
딸이 아빠의 복잡한 여자관계(?)를 보고
아빠를 손도끼로 살해한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종화가 나오기 전에 일어난 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