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찌질찌질한 아나킨을 돌려줘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나킨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영상이죠. 출처는 www.thatguywiththeglasses.com


스타워즈 프리퀄 트릴로지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다시피, 아나킨의 모습은 찌질찌질 그 자체입니다. 물론 배우인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력이 좀 모자랐던 것도 있고, 인상 자체가 좀 방탕하게 생긴 (....) 것도 있지만, 스크립트와 함께 보면 루카스가 의도했던 아나킨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사춘기 (나이는 이제 대학생삘이건만..)의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청춘낙서>에서 보여줬던 젊은 청년의 모습이 좀 삐딱하게 표현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헤이든이 구축해 놓았던(?) 저 삐뚤빼뚤한 이미지가 이후 '어쨌든' 영광스런 전쟁 영웅이 되고, 나중에는 폭풍간지의 다스 베이더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한다는 사실에 신빙성을 주기 위해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전쟁의 상처'라는 걸 심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루카스가 혼자 마음대로 에피소드3의 아나킨의 조금은 성숙한 모습을 만들고 있는 동안 다크호스와 델레이, 그리고 카툰네트워크는 클론워즈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라는 것을 통해 아나킨이 에피소드2의 찌질한 모습에서 에피소드3의 조금은 덜 찌질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소개했었죠.

소설은 주로 아나킨 보다는 다른 제다이들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다가 상당히 띄엄띄엄해서 잘 느낄 수 없지만, 걸작 리퍼블릭 코믹스 시리즈나 클론워즈2D 애니메이션을 보면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 파다완 아나킨이 온갖 고난을 겪으며 제다이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나킨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불만에 찬 모습과, 논리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충동적인 행동을 잘 표현하고 있죠.

<클론워즈2D의 아나킨. 삐죽 튀어나온 입에서 찌질함이 풍겨옵니다.>


리퍼블릭과 클론워즈2D의 아나킨은 돌발행동을 벌이는 일이 많습니다. 에피소드2에서 두쿠와 싸울 때 오비완의 조언을 듣지 않고 무턱대고 뛰어든 것과 같이 말이죠. 물론 오비완과 함께 있을 때는 괜찮지만, 그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명령을 무시하고 아사즈를 쫓아가거나, 같은 제다이 선배에게 칼을 휘둘러대는 등 이런저런 폭주를 많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나킨은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제다이 기사가 된 이후에는 상당히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지요. 물론 그 성숙함의 이면에는 전쟁의 상처로 생겨난 다크사이드의 기질이 쌓여나가고요. 이것이야말로 루카스가 미숙하게 던져놓은 에피소드2의 아나킨이라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힌 제작진의 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클론전쟁에서는 어떤가요? 에피소드2의 그 찌질하기 짝이 없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웬 현자 하나가 갑툭튀 했습니다. 불고 2달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전쟁의 산전수고를 다 겪은 에피소드3의 모습보다도 훨씬 더 성숙해지고 완전해진 녀석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클론전쟁에서의 아나킨은 그냥 완벽한 전쟁영웅입니다. 싸움에서는 군신 같고, 행동에서는 군자 같은 캐릭터가 되어버렸지요. 상대방을 온갖 바른 소리로 설득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가 없는 겁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지금의 아나킨은 그냥 '좀 더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말투가 살짝 더 험한 오비완'이 되어버렸다니까요.

여기서 우리는 루카스의 횡포와 캐릭터 빌드의 미숙이란 것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는 이번 클론전쟁에 무리하게 아소카라는 캐릭터를 끼워넣음으로서 아나킨을 성숙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아소카는 아나킨만큼이나 충동적인 캐릭터니까요. 물론 아소카와 아나킨 사제 둘 다 막장으로 달려가는 컨셉을 짤 수도 있습니다만, 클론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연령층을 위한 만화영화입니다. 아나킨은 아소카에게 교훈이 되는 걸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죠. 미숙한 대상에게 교훈을 심어주는 위치가 오비완에서 아나킨으로 무리하게 바뀌면서 아나킨의 캐릭터 변화가 필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4월부터 시즌2가 시작한다는데 거기서도 아나킨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죠. 이번 클론전쟁은 분명 재미있긴 한데,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스타워즈의 중요한 것들을 무너뜨린다는게 예나 지금이나 불만입니다. 에휴.


PS.

정말 지금처럼만 간다면 메이스 윈두가 아나킨의 승급을 그렇게나 반대했던 것은 그야말로 폭거가 되어버리겠네요. 요즘 아나킨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가 웬만한 연륜 있는 제다이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보면 참...

며칠 전에 엔하위키에서 메이스 윈두가 "권력에 눈이 멀어 아나킨을 시기하고 제다이 독재를 이루려고 한 인물"이라는 식으로 써져 있어서 식겁한 기억 때문에 이런 걱정은 더합니다.. 윈두는 정말 착한 캐릭터인데.

by Zannah | 2009/02/15 15:35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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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안녕하슈 at 2009/02/15 15:55
솔직히 아나킨은 그 찌질함으로 사춘기를 지냈다.. 라는 설정인데

클론워즈에서 왜 개념을 주입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이놈은 생각없이 돌진하는 단순무식 캐릭터인데 말이죠...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19
아나킨은 원래 무한으로 찌질찌질 가다가 오비완 앞에서 갑자기 데레데레해지며 기특한 소리 하는게 매력인데 말이죠. (....)
Commented by 카바론 at 2009/02/15 16:03
크하하, 권력에 눈이먼 독재자..;; ㅋㅋ
아ㅡ 깬다, 진짜 이렇게 가면 재밌겠네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1
원래 우리나라에서 윈두를 좀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네스틱 at 2009/02/15 16:36
이러다 애니가 영화를 바르는 사태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1
영화의 3D애니 리메이크 루머가 괜히 나오는게 아니죠.
Commented by 사과주스 at 2009/02/15 16:53
윈두만 불쌍해졌네요;; 뭐 이렇게 잘 나가다가 한큐에 뭔가 말아먹는 짓을 하지 않는 이상은 클론워즈와 영화판의 아나킨의 괴리감은 결코 좁혀지지 않겠어요...흑흑(지금도 이미 늦어보이지만;;)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2
아소카를 만나며 개념을 찾았다가 아소카가 죽자 꼭지가 돌아 핀트가 나가버렸다던가...라는 건 솔직히 막장이고..ㅠㅠ 아니, 지금 봐도 에피2랑 현재랑 간극이 몇달 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안믿겨요.
Commented by 카렌 at 2009/02/15 17:04
진짜 찌질한 게 매력인데요 ㅠ 영화 2편이 제일 좋았어요 ㅠㅠㅠㅠ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3
2편은 정말 찌질함의 절정이었죠..
Commented by 검은하늘 at 2009/02/15 18:34
다시 생각해보면 클론의 습격과 클론워즈 2D 시절의 아나킨은
찌질하면서도 사춘기 기질을 가진 돌격바보 캐릭터인데 말이죠...
(이점은 시스의 복수에서도 다스 베이더로 개조되기 전까지 이어집니다만..)
루카스 땜시,설정이 꼬이고 꼬였으니 안타까울 따름...ㅜ.ㅜ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4
이쯤 되면 루카스가 원래 저런 아나킨을 의도했었는데 헤이든이 연기를 말아먹은 건지, 아니면 원래 아나킨이 찌질한 건 맞는데 루카스가 생각을 바꿔서 개념아로 만든 건지 햇갈립니다..ㅠㅠ
Commented by 너츠 at 2009/02/15 18:46
이래저래 클론워즈 3D는 문제가 많아요 =ㅅ=;;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4
정말 문제 많지요.
재미있긴 하지만.. <-
Commented by 카델 at 2009/02/15 18:54
호...혹시 아소카가 죽기라도 하거나 그에 준하는 부상을 입는다면
자책감에 폭주할런지도 모르죠;;
극장판에 보니까 요다가 그런 비슷한 말을 하던데 말입니다.
(떠나보내는게 훨씬 어렵다는 식의 대사였던거 같네요;)
Commented by 디시버 at 2009/02/15 20:26
복선은 복선인데 너무 뻔하면서도 너무 존재감 얕은. 여하튼 그냥 의무감에 집어 넣은 듯한 한마디였죠.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5
음 그건 극장판 나오기 전부터 제작진이 왕창 뿌려대던 떡밥이었습니다. 아소카의 존재 자체가 카운실이 아나킨에게 집착을 버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죠 (근데 아소카가 승급한 후에도 애니/오비처럼 붙어 다닌다면 그것도 헛수고).
Commented by 데프콘1 at 2009/02/15 20:53
윈두대협은 칼 따위를 쓰면서 포스 남발하는 스카이 워커가 실은게 아닐까요? 대협은 권(拳)과 경(莖)으로 적을 참육하기 즐기시는 분이니까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6
그렇게 말한다면 윈두도 딱히 할 말이 있는 녀석은 아닙니다. (.....)
Commented by 호워프 at 2009/02/15 20:55
착한 캐릭터인데(X)
착한 캐릭터'였는'데(O)
가 되는 것은 아닐지.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7
.....음 그렇다면....

'착한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착한 캐릭터로 변신! 했다가 다시 안 착한 캐릭터도 돌변' ....이 되겠군요. (...)
Commented by 네오아담 at 2009/02/15 23:05
개인적으로도 카델 님의 의견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어요.
작품이 괜히 늘어지다보니 원래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네요.
-_-;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7
전에도 한번 말했던 것이지만 이건 완전 클론전쟁 후반부를 딱 떼어다가 전쟁 초반부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이에요...
Commented by 황제 at 2009/02/16 00:24
개인적으로 간지 아나킨을 매우 흠모하는 바라....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 좋겠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7
으음;;; 아마 루카스도 그런 걸 원했던 것이겠죠.
Commented by 포스 at 2009/02/16 01:37
그냥 ' 아 시발 꿈' 이렇게 끝난다면 좋을텐데..... 가 아니라
이만큼 와서 그러면 더 욕먹을지도 모르겠군요.
이렇게 까지 온 이상 계속 나가는거 말고는 도리가 없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16 16:28
시작부터가 핀트가 나간 것이었어요, 이 작품은.
Commented by Jedi Gyeol at 2009/02/23 15:26
앞으로의 시즌2,3,4에서 지금 상황을 잘 설명해주시길 바래야죠... ㅠ
뒈룩하스, 나의 찌질한 아나킨을 돌려줘!!! ㅠㅠ
Commented by Zannah at 2009/02/24 00:53
..근데 루카스 인터뷰를 보면 그냥 이게 바로 루카스가 원했던 것이라는 느낌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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