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전쟁 시즌1 최종회 리뷰

<데이브 필로니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모자>


멋진 악역들의 등장으로 무척 즐거웠던 22화였습니다. 이전에 루카스의 인터뷰에서 살짝 언급되고 지나갔던 새로운 악당 캐릭터인 캐드 베인 뿐만 아니라 프리퀄 팬들에게 10년동안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온 오라 싱, 클래식 시절부터 보바 펫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바운티헌터였던 IG-88의 이전 모델인 IG-86, 그리고 클론전쟁 시리즈에서 두번 등장하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코만도 드로이드까지, 제작진이 의도했던 '일류 용병들의 모임'에 걸맞는 멋진 조합이었습니다. 뭔가 위케이 하나에 미친 해커가 하나 껴있었던 느낌이 들지만 그런 건 상관 없어.

악역들이 부각되다보니 상대적으로 공화국측은 좀 덜떨어지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 순리겠지요. 게다가 이번에는 캐드 베인이라는 새로운 악당까지도 띄워줘야 하기 때문에 공화국은 허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살짝 정도가 너무했달까... 다른 곳도 아니고 '전 은하계 정치의 중심'인 의사당의 착륙장은 스나이퍼 한명에게 관광 당하고, 배럭에 수류탄 하나 던져넣었다고 무려 수백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건물의 경비가 마비되며, 경비들 사이의 모든 통신은 Voice Only로 진행되어 음성변조기 하나만 있으면 어떠한 짓도 할 수 있는 건 너무 억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복도에 터렛을 까는 짓까지 가지는 않아도 감시카메라 하나만이라도 달려 있었다면 해결될 일을... 영화에서의 북적거리는 묘사와는 달리 의사당 전체에 달랑 십수명의 사람 밖에 상주하지 않는, 유령건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작진은 '현상금사냥꾼들이 워낙에 효율적이고 강해서 그렇다'라고 얼버무립니다만, 이건 마치 구공기에서 크레이트 드래곤에게 파티 하나가 몰살 당하는 장면을 달랑 컷 하나로 끝내버린 케이스가 생각나서...

사실 이건 지난 라일로스 트릴로지 리뷰에서도 지적했던 것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너무 없어요. 스타워즈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케일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적이든 아군이든, 아무리 대전투가 벌어져도 불과 십수명이 나와서 투탁투탁 하고 '와 이겼다~' 해버리니... 2D와는 달리 3D, 그것도 클론전쟁급으로 디테일한 3D 애니메이션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연출로 어떻게 커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병사 하나하나에게 얼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클론과 드로이드로 뭉뚱그려 보여줄 수 있는데 말이죠.

이번화에서 등장한 아나킨과 파드메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나킨이 막나가려고 하는 걸 이성적인 파드메가 제재하는 느낌의 구성은 상당히 바람직하죠. 그래도 아나킨... 파드메에게 자기 라이트세이버를 주면서 '이걸 나라고 생각하소' 하는 건 좀 지나친 병신짓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아나킨이 잡히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기 위해서였다지만...

극장판에서 파드메 납치감금 혐의로 구속되었던 지로는 풀려났군요. 이렇게 에피소드들 사이의 연계를 주는 것은 앞으로 클론전쟁 시리즈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번 편에는 오나콘다 파르나 온 프리 타, 그리고 리요 츄치(츄치는 아나킨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기도...) 등 시리즈 중 등장했던 1회용 캐릭터(....)들이 재등장 했었죠. 시즌2에서는 제발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스토리가 이어지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뭐 캐드 베인이라는, 사실상 클론전쟁 시리즈 최초의 오리지널 카리스마 악당이 등장했으니 앞으로 이 녀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갈 것 같군요.

에피소드 간의 연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시즌1이 끝난 지금에서 돌아보면 클론전쟁 시리즈의 가장 큰 단점은 '시리즈 구성'에 있다고 봅니다. 각 에피소드, 혹은 2~3편으로 묶어지는 스토리아크 사이에 연속성이 거의 없는,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지라 전쟁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일단 가장 큰 문제고, 그 외에는 스토리의 처음부분과 끝부분이 임펙트가 없어서, 다음 에피소드가 기대되게 하는 요소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당장 이번 22화만 놓고 보더라도 카리스마 악당이 데뷔를 하는데도 나레이션에서 그가 누군지, 뭘 하러 오는 건지 다 설명해주고 앉아있습니다. 게다가 시즌1이 끝나서 이제 가을까지 시즌2를 기다리게 해야하는데 전혀 떡밥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예로 들어볼까요? 시즌2 마지막 장면은 뉴카프리카에 정착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치프와 캘리는 결혼해서 애도 낳았고 아다마는 콧수염도 났으며 리는 배불뚝이가 되어 있는, 그야말로 평화였죠. 그런 곳에 사일런이 갑작스래 쳐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에서 끝났습니다. 시즌3 역시 트레이스의 귀환과 지구에 대한 암시로 끝나 시즌4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줬죠. 하나의 시즌은 그렇게 끝나야 합니다. 클라이맥스로 올라간 시점에서 결말로 하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끝남으로써 긴장감을 최대로 놓은 상태로 팬들을 기다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클론전쟁 시즌1에는 그런게 없었습니다. 의원들은 모두 아나킨의 바닥 가르기 신공으로 구출되었고 캐드 베인은 멀리 떠나버렸습니다. 겨우 이 정도로 끝나버린다면 시즌2에 대한 플러스알파의 기대심리 같은 건 날아가버리죠. 이건 그냥 하나의 스토리아크를 반으로 뚝 잘라서 앞편을 시즌1에 놓고 뒷편을 시즌2에 집어넣은 형태입니다. 뭐 이렇게 보면 한 스토리아크 내에서도 다음 편이 기대가 되지 않게 하게 만든다는 것도 증명이 되는군요.

뭐 이렇게 시즌1은 끝났습니다. 지난 거의 반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그래도 나름 즐거웠던 것 같군요. 더불어 스타워즈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많이 생각하게 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클론전쟁은 선행제작 방식이기 때문에 시즌2는 가을에서야 방영됩니다. 그 때까지는 한국어판이나 보면서 놀아야겠네요.


by Zannah | 2009/03/28 18:00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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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올드캣 at 2009/03/28 18:03
근데 어째 뉴 리벨리온 냄새가 나네(......).
Commented by Zannah at 2009/03/29 16:19
으음?!
Commented by 맑은세상 at 2009/03/28 19:50
아쉬운게 여러가지 있었지만 재밌었던 시즌1!
시즌2는 언제부터 방송하나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03/29 16:20
'본문에 적어놨듯이' 가을부터입니다.
Commented by 인비지블 at 2009/03/28 20:51
스나이퍼 하나에게 관광당하는게 꼭 졸라짱센 천재가 크레이트 드래곤 하나에게 우적우적 한 컷에 당하는 모습이라는 비교는 정말 멋집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우적우적당한 천재에게 때치때치당한 만달로어는 뭔가요...이거 좀 이상한듯. (이미 포기했지만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03/29 16:30
크레이트 드래곤은 졸라 짱쎈 투명드래곤이라서 그럽니다..
Commented by yodastreet at 2009/03/30 13:47
구공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도 바운티헌터 일당이 배럭과 통제실 같은 곳을 박살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게임의 기지 미션들이 생각나더군요. 근데 구공기에서 일개 깡패집단 기지 터는 게 쟤네들이 공화국 국회를 점거하는 것보다 어려워 보이는 건...
Commented by Zannah at 2009/03/30 17:06
캐드 베인이 폭탄을 던져놓아 경비를 마비시키고 돌아서는 모습은 완전 '참 쉽죠?' 삘이었었죠;;
Commented by 오호통재라 at 2009/04/06 14:30
그리고 코만도 드로이드 2기는 버리고 지들끼리 가버리더라는 ㄱ-
Commented by Zannah at 2009/04/06 18:35
엑... 그냥 버려두고 갔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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