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5일
세계관 대결에 대한 몇가지 생각

얼마 전에 스타워즈 갤러리에 웬 뉴비가 난입해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것 때문에 세계관 대결이라는 떡밥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세계관 대결에 대해서 몇가지 포스팅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리하는 성격의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이미 지금까지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증명이 되었듯이 세계관 대결은 상당히 민감한 종류의 떡밥이고 쉽게 개싸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 스타워즈 갤러리에서의 싸움은 물론이고, 네이버 지식즐에 들어가서 '스타크래프트 vs' 식의 검색어만 쳐보면 읽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수준 낮은 시궁창을 구경할 수 있지요. 이런 설정싸움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쪽 글에 정리가 되어 있고, 이게 왜 민감한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는지 역시 여기에 나와 있습니다.
위와 같은 양상의 세계관 대결 끝에 남는 것은 결국 허무일 뿐입니다. 차라리 역사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던가, 과학이론에 대한 논쟁 같은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검증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싸움이 격해진다고 해도 얻어지는 것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정간의 싸움의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유동적인 창작물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언제라도 설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리며, 한쪽에서 마음 먹고 최강의 설정을 만들어버리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뒤집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거든요. 게다가 양측이 독립된 작품인 만큼 고유의 설정에 대해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는 사이언에너지를 사용한다지만, 그 사이언에너지가 스타워즈의 포스에 의해 제어가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거든요. 검증 또한 불가능하고요. 결국 이런 식의 논쟁은 세이버를 두고 내꺼니 니꺼니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논쟁을 벌여본들 결국 세이버는 에미야 시로의 것. ㅇㅅㅇ)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세계관 대결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니, 사실 좋아하고, 즐기기까지 하는 성격입니다.설정대결은 분명 오덕질이지만 일단 한 작품의 설정을 파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은 스스로 오덕임을 인정하는 것이거든요. 이는 타입문 설정빠던지 톨키니스트던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런 오덕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저런 개싸움이 아니라 잘 정제된 설정대결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설정대결이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고 이성적인 한도 내에서, 어디까지나 유희로서 기능할 때, 이만큼 재미있는 설덕질도 없거든요.
설정대결이 유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 상대방의 작품을 존중할 것.
-이번 스워갤 사건에서 보았듯이 상대방의 작품을 까내리는 행위는 설정대결을 단숨에 감정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뭐 그딴 것 가지고 화를 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은 곧 그 사람의 취향이며, 취향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개인이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원색적이고 근거 없는 비난은 작품을 넘어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가 되어버립니다.
2. 상대방의 작품을 알 것.
-네이버 지식즐 등에서 일어나는 소위 개싸움들을 보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몰라도,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며, 심지어는 알고 싶어하지도 않아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관 대결은 보통 폭 깊은 설정을 다루는 작품들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지식즐 등에서 이뤄지는 설정싸움을 보면 흔히들 '우리 작품에는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라며 자신이 편들고 있는 작품이 왜 강한지를 늘어놓은 다음에 상대 작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안 하거나 '당신 작품에는 이런 것이 없으므로' 자신이 이긴다고 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3. 최대한 구체적으로 할 것.
-흔히들 설정대결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방법론적인 곳에 있습니다. 소위 '유치한' 설정대결의 특징은 그냥 설정 몇가지만 늘어놓고 '봐, 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식으로 나오는 데 있습니다. 이를태면 '스타워즈에는 19km짜리 전함이 있음', 혹은 '테사더가 케리어로 박치기 하면 오버마인드도 날려버릴 수 있음' 정도로 끝을 보려 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제대로 된 설정비교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결국 뜬구룸 잡기식 감정싸움이 되어버려 개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음은 이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입니다.
a. 시나리오를 짤 것
-19km짜리 이제큐터가 있다 한들 전 은하계에는 몇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테사더 자폭이 그렇게 강한들 한번 자폭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걸로 전쟁 같은 걸 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러기에 대결을 시킬 함선이면 함선, 캐릭터면 캐릭터, 군단이면 군단을 골라서 국소적인 시나리오를 짜 비교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를테면 'ISD vs. 배틀크루저' 같이 말이죠. 시나리오를 만들 때에는 조우의 방식, 병력의 수 등을 미리 상정해야 합니다.
b. 최대한 작은 규모에서 할 것
-스케일이 커질 수록 변수는 늘어납니다. 단일 세계관 내에서도 분명 스펙상으론 약한 함대가 훨씬 강한 함대를 이기는 일도 있는데, 서로 다른 세계관에서는 그 변수의 범위가 커질 수 있지요. 세계관 사이의 대결에서는 기준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작은 스케일의 전투가 좋습니다. 범위를 넓혀 아예 세계관 전체끼리 싸우게 만든다면 활동 범위가 넓어 자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세계관이 유리하겠지요.
c. 초강력 병기/캐릭터는 최대한 배제할 것
-갑자기 헤일로나 Q가 나타나 은하계를 멸망시켜버리면 대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이렇게 안드로메다급 힘을 가진 캐릭터들에 의존하는 것은 유치하기만 한 짓입니다.
d. 구체적인 설정을 가져올 것
-함선 길이 같은 건 아무런 필요도 없습니다. 같은 길이라도 한쪽에는 함포가 50개고 다른 쪽에는 10개면 상대가 될까요?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많은 설정을 가져와 대결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준을 잡기 힘들 정도로 얕은 설정을 가진 작품이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게 낫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진 세계관대결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오덕질이다', '부질없는 짓이다'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은 대체 어째서일까요? 흥미로운 소설책을 보나 오락 위주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나 자기 인생에 있어서는 다 부질없는 짓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재미 있으면 그것은 유희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행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싸움이 아니라 잘 정제된 환경에서 해보는 설정대결은 작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제가 정말로 재미있는 설정대결을 실제로 봤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게시물이 올라왔던 사이트가 비공개 처리되어 있어 링크를 걸 수가 없군요.
마지막으로, 세계관 싸움은 결코 상대의 작품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작품이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부질없는 짓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영상 하나.
배틀스타와 스타디스트로이어의 대결.
PS. 이걸 어디로 보낼까 고민하다가 게임 글로 간주해버렸습니다. ㅇㅅㅇ;;
# by | 2009/07/05 20:39 | 별들의 전쟁 | 트랙백(1)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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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세계관 대결과 초딩싸움의 경계
세계관 대결에 대한 몇가지 생각 설정이 덕지덕지 따라 붙는 SF 스페이스오페라 같은 작품의 덕질을 하다보면 가끔 네이버 지식즐에서 일어나는 개드립의 난장판을 보며 한숨을 쉬게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소위 말하는 버서스(versus)물, 혹은 세계관 간의 설정싸움을 보게 될 때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워해머와 다른 세계관을 싸움 붙이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설정싸움은 제 주요 분야인 스타워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more
참 보면 씁쓸함을 넘어서서 우습더군요.
그런데 에피소드3 도입부에서 도크 쪽에서 쁑 하고 발사되서 분리주의 전함 한방에 박살내는 게 터보레이저인가요? 제가 아는 한 터보레이저라고 볼 만한 공격은 영화 전체에서 그게 유일한 듯 한데...어쨌든 스타워즈는 차폐막 기술에 비해 공격무기 기술은 놀라울 만큼 후진적인 듯 합니다. 솔직히 함재기도 할 수 있는 건 약점 찾아서 부수기(설마 전함 포대도 뚫기 힘든 차폐막을 함재기들이 뚫길 기대하진 않을 거고) 정도려나?
에피소드3에서 터보레이저는 발사장면이 나온적이 없습니다.. 전함끼리 마주보고 함포 사격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포인트디펜스 레이저캐논이고, 터보레이저는 도입부 장면에서 아나킨과 오비완의 스타파이터가 스타디스트로이어 옆을 지나갈 때 빙 돌아가고 있는 장면이 나온게 전부지요. 뭐, 사실 장면 자체가 함대보다는 주인공들의 전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SPHA-T 레이저는 에피소드2에서도 등장했었죠. 지오노시스 전투 중에 떠오르는 무역연합 드로이드 컨트롤쉽에 집중사격을 가하는게 SPHA-T입니다. 실제로는 일격에 함선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하진 않아요.. 아마 쉴드며 헐이며 다 뚫어놓고 리엑터를 명중시켜서 그런 효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찰대가 12억이라니 오크는 전우주에 카펫처럼 깔려있다는 어디서 코덱스 한쪽에서 보지도 듣지도 나오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 정리해 놓으신바...추천을해야 합니다 이런글은
된 고등의 모습이 인상적이군요(...)
손가락 튕기기로 전지 전능한 외계인 --
근데 저 피카드하고 다스베이더 유화는 꾀 맘에드네영
오덕질이 다 잉여인 건 마찬가지지만..
무익하다는 걸 이미 깨닫고 있기 때문에...
결국 최후의 승자는 투명드래곤임 (엥?)
가서 찬찬히 읽어보면 아닌경우가 더 많죠;;;
헤일로
' 하나당 반경 25000광년의 플러드가 기생 가능한 생명체를 모두 죽인다 '
현재까지 이정도를 이기는 SF는 본적이 없었죠.
고로 먼치킨까지 따지면 헤일로가 최강자 (...)
아무튼, 먼치킨까지 따지는 빠돌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헤일로는 발동하면 발동한 종족까지 전멸하기 때문에 세계관 대결에서 써먹을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