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30일
클론전쟁 - 두쿠와 그리보우스






기억이 가물가물하시거나 아직 클론전쟁을 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장면 설명을 해드리자면, 그리보우스가 초강력 함선과 슈퍼무기를 가지고도 아나킨 스카이워커 일행의 탈출을 막지 못하고 두쿠에게 보고하자 두쿠가 지극히 실망스럽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그렇게 둘이 노려보는 장면입니다. 위 캡쳐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장면은 시즌 전체에서 가장 연출이 잘 된 씬이라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미국판 더빙의 착 깔린 두쿠 목소리까지 더해져 전율은 극에 달하게 되죠.
스토리적으로는 봐줄 가치가 없는 클론전쟁이지만 그리보우스와 두쿠의 관계 변화는 굉장히 흥미로운 일입니다. 에피소드3에서는 둘이 직접 대면하는 장면이 없어서 잘 알 수 없지만 과거 애니 클론워즈에서 둘 사이의 관계는 범접할 수 없는 주인과 종의 관계였습니다. 두쿠는 분리주의 연합의 최고 수장이었고 그리보우스는 단지 그의 하수인이자 제자일 뿐이었죠.

하지만 클론전쟁에서 둘은 서로를 노려봅니다. 그것도 잡아먹을 것 같이 말이죠.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입니다. 물론 여전히 두쿠는 그리보우스보다 서열상 위에 위치하지만 그 역할이 소극적이라는 데에 변화가 있습니다. 애니 클론워즈와 과거 클론 전쟁을 다룬 작품들에서 두쿠는 직접 행동하는 실질적인 지휘관이었던 것에 반해 클론전쟁에서는 한발짝 물러나 뒤에서 뭔가 숨기고 계획하고 꿍꿍이가 있는 '관리자'에 가깝게 된 것이죠.
또한 이는 그리보우스의 캐릭터성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니 클론워즈에서 말 없는 잔인한 헌터였던 그리보우스는 에피소드3에서 보다 루카스가 의도했던 캐릭터성을 부여 받았고 이는 그대로 클론전쟁으로 계승되었습니다. 반항적이고, 비겁하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캐릭터가 된 것이죠. 이는 위 장면에서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실력으로는 대적할 수 없으나 성질을 벅벅 긁어대는 두쿠에 대한 짜증은 부하들에 대한 화풀이로 나타나죠.
사실 이런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클론전쟁을 이끌어나가는 거시적 스토리 중 하나가 되어야 했습니다. 멀레볼런스 삼부작의 마지막에서 두쿠와의 통신을 무단으로 끊어버리며 시작된 그리보우스의 불협화음은 이후 '악의 둥지' 편에서 두쿠가 킷 피스토를 그리보우스의 은신처로 끌어들여 둘을 싸우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죠.
문제는 그걸로 끝나버렸다는 것입니다. '악의 둥지'편을 마지막으로 그리보우스는 시즌1에서 더 이상 등장이 없었고 웬 전혀 엉뚱한 스토리만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시즌2에서는 현상금사냥꾼들에게 중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갈등은 더 이상 스토리로 작용하지 않고 있죠. 시즌3나 되서 다시 등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리보우스와 두쿠의 싸움은 클론전쟁에서 등장한 몇 없는 스토리 떡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클론전쟁'이잖아.
안될거야... 아마.

# by | 2009/08/30 16:59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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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적대세력이 찌질이아낙긴과 찌질이아소카라 괜찮습니다.
왜냐면 클론전쟁이니까!
후...
하지만 아나킨은 더 이상 찌질거리지 않는다는..!!
그리고 그것도 문제라능!! ㅠㅠㅠㅠㅠㅠ
충성이 참 보기좋았는데 아쉽네요.
오늘 재방으로 다시 보니 확실히 그 장면에서 긴장감이 있더군요.
그러나 긴장감 다 깎아먹는 더빙.OTL
아사즈&아소카&두쿠는 어째 더빙이 엉망.
나중에 그 갈등이 뜬끔없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비중은 안습...ㅠㅠ
...근데 클론워즈는 그거도 아니니까 더 어정쩡해졌어요 ㅠㅠ
보고 난 후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공허에요. 포스 언리쉬드는 황당함과 분노는 남았는데..
루카스대마왕의 음모?
..... 농담이구요, 클론워즈는 거의 모든 좋은 소재가 1회용이었잖습니까;;
우주가 느껴지죠.
이건 뭐 정말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이 기다려지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