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타파 떡밥이 이 정도는 돼야지


클론전쟁 시즌2에서 제작진이 참 재미있는 짓을 한 게 바로 무스타파의 등장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펠루시아도 한번 모습이 나왔었고 다음 편에서는 지오노시스에 새로운 드로이드 공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결국 지오노시스도 재등장 하게 되었습니다만, 무스타파는 그런 행성들과는 격이 다른 곳이죠. 바로 아나킨이 고자가 된 최후의 파멸을 맞은 장소니까요.

요즘 스타워즈의 트랜드는 '오마주'인 것 같습니다. 영화 시리즈는 끝났으니 그 파생 작품들에서 영화의 향수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죠. 물론 이게 도가 지나칠 때도 많습니다만 (구공온.. -_-) 적절한 곳에 집어넣으면 적당한 패닉과 함께 (....) 작품의 맛을 배가시켜주기도 하죠. 시즌2의 에피소드3에서는 아예 에피소드3(영화)의 무스타파 기지 모습을 그대로 카피해서 집어 넣었습니다. 심지어는 후에 기지가 용암 속으로 떨어지는 것까지 같았죠.

개인적으로 무스타파를 등장시킨 것에 대해서는 별로 악감정이 없습니다. 설정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작품 진행에 있어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니 상관 없죠. 다만 이 장면에 대해서 불만은 있습니다. 바로 '무려' 무스타파를 내보내면서 보여줄 수 있었던 게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냐는 겁니다.

그럼 뭘 보여줄 수 있었냐고요? 생각해보세요. 당시 무스타파에는 아나킨과 아소카가 있었습니다. 스승과 제자, 오비완과 아나킨의 관계죠. 일단 이것만 가지고도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아나킨과 파드메의 관계처럼 '유대관계가 깊은 두 남녀'는 어떨까요? 둘 중 하나는 뭔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모두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갔습니다. 무스타파라는 장소의 특징이 하나도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당시 무스타파에는 팰퍼틴이 있었습니다. 비록 홀로그램의 모습이었다지만 어쨌든 저 장소에 그 존재감을 드리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마침 아나킨 스카이워커, 미래의 다스 베이더가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말입니다. 물론 아나킨이 팰퍼틴의 정체를 알아버린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최소한 멀리서, 로브의 그림자 속에서 웃고 있는 팰퍼틴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는 정도의 떡밥을 날려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기지가 무너지고 탈출을 시도할 때 아나킨이 저 멀리 시스 로드(일 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실루엣을 보고 달려가는 순간 용암이 솟아 홀로그램을 삼켜버리는 것입니다. 아나킨은 결국 단서를 잃어버리고 의문스럽고 혼란스럽기만 한 심란한 마음으로 입을 꽉 다문 체 귀환하는 것이죠.

게다가 3화에는 마침 이런 장면도 나왔었습니다. 본심을 감추고 있는 팰퍼틴과 아나킨의 만남, 그리고 이후 무스타파에서 미래를 암시하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쥔 마스터인 다스 시디어스와의 조우. 생각만해도 전율 넘치는 한 편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작진은 무스타파를 그저 '오마주용' 구경거리로만 생각했고 거기에 어떠한 의미부여도 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이런 감질 나게 만드는 연출은 미국보다는 일본 쪽이 더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by Zannah | 2009/10/31 17:39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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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0/31 17:43
'사전 검토를 받지 않고 만들어지는' TV 시리즈니까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7:56
사..사전 검토가 작품성과 연결되는 것이로군요..!! (....)
Commented by 회색흉성 at 2009/10/31 20:01
근데 일본 얘들은 우려먹기의 진수를 보여주시는지라...(주로 게임,애니쪽)
확실히 그렇게되면 아나킨 고뇌 상승&아낚인 게이지 저하(?)
아흙,떡밥이 어쨌거나 저처럼 못보고 있으면 장땡입니다.ㅠㅅㅠ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7:56
뭐 일본 쪽의 나쁜 것까지 다 끌어들이자는 게 아니라 좋은 연출 기법은 가져와서 쓰면 좋겠다는 것이죠. 게다가 우려먹기는 작품 외적인 문제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인비지블 at 2009/10/31 21:43
어?....일본은 프로고 미국은 아마추어아니었나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7:57
으음?! 그건 무슨 이론인가요?
Commented by 인비지블 at 2009/11/02 18:00
떡밥과 복선적인 의미로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10
아항. 하지만 로스트를 보면 또 그렇지 않은 듯.
Commented by 창검의 빛 at 2009/10/31 22:43
재료는 극상품인데 쉐프가 2류... ㅇ<-<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7:57
오오 좋은 비유입니다.
Commented by 포스 at 2009/10/31 23:39
그런데 저 3화에서는 아나킨이
'제다이가 의장 밑에서 군장교로 복무하는한 그 명령을 따라야한다'
라고 역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도 나름 의미있는 장면이었던거 같은데......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7:58
차라리 클론과 의장 사이를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듯 싶습니다. 음 말씀 듣고보니 정말 클론들이 한번쯤 직속 상관 제다이 명령이 아니라 의장 말을 따르는 모습 한번 나오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돼두리아 at 2009/11/01 16:57
아 ㅅㅂ 일본놈들은 떡밥너무 뿌린다고 욕먹는데 얘들은 왜 이러는거야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7:58
일본은 떡밥 과잉, 이쪽은 떡밥 고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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