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은하계의 문명과 기술의 퇴보

어제 구공화국 시대의 문명이 영화시대보다 오히려 더 발전한 것 같다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서 끄적여봅니다. 아울러 근대 시스 전쟁 당시의 거의 원시적일 정도의 무기수준에 대해서도 다뤄볼까 합니다.

스타워즈 세계관의 기술 수준은 고대 구공화국 시대에 이미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빛의 수 백만배가 넘는 속도로 은하계를 가로지르는데 불과 몇 달도 걸리지 않게 만드는 타키온 변환 기술, 즉 하이퍼스페이스 항법이 완전히 제어 가능한 기술로 완성되었던 그 순간에 사실상 스타워즈 세계에는 더 이상의 '혁명적인' 기술 발전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은하계의 기술이 이 경지에 오른 것이 영화로부터 최소한 2만년 전입니다. 따라서 모든 스타워즈 작품들이 집중되어 있는 영화시대와 그 앞 5천년 동안에는 기술력의 차이가 절대 크지 않습니다.

그럼 왜 어떤 작품에서는 첨단 블라스터와 우주선, 함포가 난무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창과 활을 쏘고 다니는가? 그것은 한 세계의 기술을 오직 시간에 비례해 발전하는 것으로 보기에 생겨나는 오해입니다. 기술이 계속 수직적으로 발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퇴보하거나 지역에 따라 단절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죠.

먼저 구공화국부터 시작해보죠. 우선 저 역시 이질적이라고 지적했던 앤더슨/베이치 월드와 구공기 게임 사이의 간극이 있습니다. 시스 전쟁 당시에 벌레 같이 생긴 우주선을 타고 다니고 칼과 창으로 싸우던 게 어떻게 구공기 게임의 모습으로 불과 50년만에 발전할 수 있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외형의 변화일 뿐이라고 공식 설정집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우주선 모양이 벌레 같이 생겼더라도 그 우주선이 하이퍼스페이스를 탈 수 있고 우주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건 구공기의 에본호크와 똑같다는 것이죠. 물론 50년 사이에 어떻게 은하계 풍물이 180도로 달라질 수 있었냐는 것은 어이없는 얘기입니다만.. -_- (당장 밀레니엄 팔콘도 100년 가까이 날아다니는 판에..)


칼과 도끼의 사용은 스타워즈의 전투 방식이 원래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겁니다. 비록 영화에서는 맨날 블라스터만 쏘고 있으니 알 수 있을 턱이 없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도 스타워즈의 전투에서는 칼 등의 근접무기가 지배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오히려 구공기에서 더 확실히 묘사를 해놨지요. 멀리서 블라스터를 쏘다가 근접에서 맞붙을 때는 바이브로블레이드를 꺼내 칼싸움을 하는 건 구공기 뿐만 아니라 구공화국 온라인에서도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라이트세이버의 디자인이 고대 시대가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지적하신 분들이 있는데, 디자인 자체는 기술과 문명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의 라이트세이버가 장식도 화려하고 생긴 것도 맵시 있다고 해서 영화 시대의 그것보다 강력하고 기능이 더 좋다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중세 고딕 양식의 쓸데없이 화려한 것들과 현대 아이팟을 비교하면서 아이팟이 단순하게 생겼다고 기술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라이트세이버는 제다이가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제다이 개인의 취향과 미적 능력에 의해 디자인이 좌우됩니다.

스타포지는 구공화국과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스타포지는 라카타 무한제국의 산물일 뿐, 구공화국의 기술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물건이었거든요. 게다가 스타포지 역시 라카타의 과학기술만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다크 포스를 이용한 일종의 마법과도 같은 힘을 사용해서 만든, 라카타조차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초과학적인 유물이죠. 레반은 이를 우연히 얻어서 사용했을 뿐, 이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부쉬맨이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코카콜라병을 주었다고 해서 그들이 코카콜라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것은 아닌 것처럼요.


한편 근대 시스 전쟁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공식 설정상 확언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근대 시스 전쟁 당시의 은하계에서는 어느정도 기술의 퇴보가 일어났다고 보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올드캣님이 쓰신 명저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말해 올드캣님 이글루에 이 블로그에 쓰는 뻘글보다 훨씬 값어치 있고 깊이 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근대 시스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전쟁이 단순히 다스 베인과 로드 칸의 어둠의 형제단으로 정의되는 전쟁이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해야 합니다. 현재 나온 작품들과 설정은 거의 모두 전쟁 말기의 몇 년과 루산 전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만, 근대 시스 전쟁은 은하계 역사상 가장 길고 지루하게 진행되었던 전쟁이며 그 피해 또한 막심했었습니다.

무려 2천년 이상 진행되었던 근대 시스 전쟁의 양상은 클론 전쟁이나 유우잔 봉 전쟁 같이 몇 년 안에 화끈하게 해치운 스타워즈의 다른 메이저 잰쟁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이끄는 단일한 시스가 공화국에 덤벼왔던 여타 시스 전쟁들과는 달리 근대 시스 전쟁은 수 많은 시스 로드들이 서로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군벌을 형성하면서 아주 지루하게 이어졌습니다. 물리치고 또 물리쳐도 시스는 끊임없이 생겨나 이곳 저곳을 찔렀고, 시스 간의 전투 또한 많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스의 주 무대였던 아우터림과 미드림 지역은 거의 황폐화 되었고, 이 과정에서 교역과 홀로넷의 붕괴가 이어졌습니다.

<이건 뭐 나니아 연대기라고 해도 믿을 듯>

이런 상황이 2천년동안 진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우터림이 다시 영화시대의 모습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대단하다고 해야 할 일입니다. 2천년이면 예수 이후 인류가 살아왔던 역사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그 동안 전 은하계가 전쟁으로 불타올랐으니 퇴보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죠.

물론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고 은하계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코어월드 지역은 이런 퇴보를 겪지 않았습니다만, 공화국 전체를 봤을 때 그 자원과 기술이 고갈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공화국 군대도 거의 괴멸되기 직전이었고 전쟁물자도, 병사도 거의 밑바닥을 보이고 있었죠. 당연히 싸울 무기가 없어진 이들은 화살을 만들어 쓰고, 바이브로블레이드 대신 일반 칼과 창, 도끼, 심지어는 몽둥이까지 동원해서 싸우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제다이들조차 말이죠.


결론을 말하자면 스타워즈의 문명은 최소한 '작품 시대'가 되는 5천년 사이에는 외각 지역에서 일부 굴곡만 있었을 뿐, 코어월드를 중심으로 한 초절정 문명은 별다른 변화 없이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근대 시스 전쟁을 거치며 외각지역이 상당히 황폐화 되긴 했지만 루산 리포메이션 이후 1000년동안 코어월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그 피해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죠. 따라서 고대 시대의 기술이 오히려 이후보다 낫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간만에 밸리 1위


by Zannah | 2009/11/01 19:02 | └스타워즈FAQ | 트랙백 | 핑백(1)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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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 공화국의 치안력과 영향력이 닿기 어려우며, 일부 공화국 소속 행성들은 공화국보다는 헛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더 읽어보기 스타워즈 은하계의 문명과 기술의 퇴보 하이퍼스페이스 (Hyperspace) 스타워즈 세계관 문명의 가장 진보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하이퍼스페이스는 은하계를 여행하는 데 있어 필수 ... more

Commented by 돼두리아 at 2009/11/01 19:17
근대 시스전쟁 말기 : 저새낄 떄려잡으세

클론전쟁 : 저 드로이드 색히들을 쉽게 죽일려면 알아서 블라스터를 피하고 접근전을 하면 됩니당

.......기본정신은 천년가까이 유지했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1
음 하지만 클론 전쟁기를 보면 드로이드에게 돌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맨손으로 후려치다가 아야 하고 죽는 걸 보면 확실히 퇴보는 퇴보인 듯. (....)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1/01 20:07
하기야 2000년간 투닥거리면 그 피해가 엄청날 법도 하죠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2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쟁이죠.
Commented by 포스 at 2009/11/01 21:10
어떤식으로든 상대방을 죽여야하는 무기가 만들어졌어야만 했기에
부족한 물자에서 나온 무기의 수준이 결국은 몽둥이가 된 것이군요.

지금도 중동이나 아프간에선 모신나강이 굴러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중동문제가 3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 동네도 역시
몽둥이가 굴러다닐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3
뭐 제다이 중에선 '리치가 길다는 이유로' 라이트세이버가 아니라 일부러 몽둥이를 쓰는 케이스도 있지만요. (....)

아, 중동은 아무리 오래 싸워도 여전히 총 쏘고 다닐 겁니다. 그들에게는 신의 무기인 마-47이 있기 때문에...
Commented by 달려옹 at 2009/11/01 21:30
적당한전쟁(?)은 인류의 기술발전에 도움을 주지만..
지나친 전쟁은 인류의 본능은 무엇인가...
를 아는데 도움을 주죠.....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4
뭐 적당한 전쟁이라도 인간의 본성을 끌어내는 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만 해도 그 길이는 짧았지만 참담함은 이루 말할 데가 없었죠.
Commented by 인비지블 at 2009/11/01 22:15
한국도 세계와 교류가 끊긴체 있으면 몽둥이나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겠지요.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9/11/02 02:45
북조선도 몽둥이가 개인화기(?)가 되는 시대가 오려나요?..;;;;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5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정말 모든 통신과 물자가 끊기는 완전한 고립이어야겠지요. 북한은 나름 무역도 하니..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11/01 22:34
근데 광선검과 우주를 날아다닐 만한 금속기술의 시대에 화살은 ... .. ....
Commented by 아크리트 at 2009/11/02 01:52
뭐어, 둘다 맞으면 죽는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5
심지어 제국의 최정예 스톰트루퍼들도 화살에 맞아 죽는데요 뭐. (.....)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11/03 00:41
....안타까운 스톰트루퍼들이군요. ㅠ_ㅠ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력으로 만드는 방호구가 화살에 뚫리다니! ㅠ_ㅠ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5 18:44
뭐 사실 우리도 전투기가 마하로 날아다니는 시대지만 방탄복은 화살에 취약하죠.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11/06 01:26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어지간한 방탄복은 대부분 화살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다고....
옛날 캐블라 섬유만 쓰던 것들은 칼날을 못막았지만, 요즘은 왠만한 방탄복은 방검복도 겸해서....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6 15:20
흠.. 그런가요? 제 짧은 지식으로는 방탄복의 원리가 총알의 회전에 섬유가 걸려서 같이 말려들며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제가 잘 못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만.
Commented by 미스트 at 2010/05/20 18:29
케블라 방탄복은 섬유가 휘감기면서 운동에너지를 빼앗는 형식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소총탄을 방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소총탄을 막기 위해서는 베스트 내부에 SAPI 라고 부르는 방탄판을 삽입합니다.
세라믹과 섬유, 금속 등을 혼용해 만든다고... ...(이것도 종류가 꽤 많은데)
사실상 중세 플레이트 아머보다 더 튼튼한거죠. +_+
Commented by Zannah at 2010/05/23 03:12
오오 그렇군요. 좋은 지식 알아갑니다. ^^
Commented by 황제 at 2009/11/02 01:54
포스 라이트닝만 갖고 싸울 수는 없겠죠.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6
다스 베인이라면 가능합니다. (응?)
Commented by 다이나모 at 2009/11/02 09:58
딴 얘기지만, 건간족은 참 미묘합니다.
뭔가 원시 부족같은 느낌도 나면서 전투할 때 보면 독자적인 기술로 진보한 건가 싶기도 하고.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7
아, 건간은 좀 독특한 케이스입니다. 걔네들은 물 속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기술'만' 무진장 발전했거든요. 반면 싸우는 건 밖에서 동물이나 사냥하는 것 밖엔 없으니 전투기술은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방어막은 수중 종족의 산물입니다.
Commented by 창검의 빛 at 2009/11/02 14:44
하긴 안그래도 자원먹는 괴물인 전쟁을 2천년간 했는데 남는 자원이 있을리가....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2 18:09
자원보다는 공장 같은 인프라의 파괴가 더 큰 이유였겠죠. 자원에 있어서는 정말 무한대인 스타워즈 세계관인 만큼...
Commented by 회색흉성 at 2009/11/02 22:16
저런 시대도 있었나염'ㅅ'?(...)
근데 저 시대 네임드들이 설마 몽둥이 들고 다니지는 않았길 바랍니다.
클론전쟁 당시로 쳐서 녹색촉수 아저씨만한 분이 저런 시대에
빠루 들고 싸우면 그 것도 보는 사람 시각테러일 듯.;;;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5 18:42
저 근대 시스 전쟁 최후의 생존자가 바로 베인과 잰나죠. -ㅅ-
그리고 둘은 빠루 들고 싸우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회색흉성 at 2009/11/06 22:02
아하,저 때가 칸의 형제단이 있던 시절이었군요.
이해 완료.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07 13:09
형제단이 전쟁을 끝냈죠. 물론 자기들도 소ㅋ멸ㅋ
Commented by 그루빈매직 at 2009/11/16 22:10
흠....이런식이면 알라의 요술봉을 쓰는곳도 있었겠군요...실제로 쓰일것 같습니다. 구공화국의 레반 반전이 너무 좋아 이글루돌아다니다 찾게됐는데.. 흠흠...솔직히 40000만년 차이가 나면 이건 같은 공화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9/11/17 15:18
스타워즈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신 거라면 바로 찾으신 겁니다. ^^
근데 스타워즈 공화국의 역사가 2만 5천년이 넘다보니 4000년 정도는 오히려 적은 차이지요. 실제로 게임 등에서도 영화와 그다지 위화감이 느껴지게 만들지 않고 있고요. 은하계 단위로 발전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오호통재라 at 2009/12/03 17:08
훌륭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전쟁이 길었는데 전법,전술,전략에 발전이 없는건...
루카스가 바보인건가...
Commented by Zannah at 2009/12/04 02:05
그..그냥 스타워즈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심이.. 쿨럭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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