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과 시스의 음모


클론전쟁 만달로리안 삼부작이 결국 싱겁게 끝나버렸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스토리 구조에 있어서는 별 볼 일 없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조금 뒤틀어서 생각해보면 그 뒤에는 생각해볼 것이 상당히 많이 깔려 있습니다. 바로 이 전체 음모가 단순한 쿠테타가 아닌, 더욱 큰 배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음모죠.

우선 데스와치의 계획을 되짚어보겠습니다. 데스와치의 목표는 현재 만달로어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평화주의 정부를 전복시키고 자신들이 만달로리안 사회를 장악하여 과거처럼 공화국을 적대시하는 전사들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데스와치는 분리주의 연합과 협력을 하여 두쿠의 지시를 받고 있죠. 두쿠는 데스와치가 공개적인 테러로 혼란을 조장하면 만달로어의 상황을 심각하게 여긴 공화국군이 평화유지군(혹은 데스와치 진압대)을 보내 주둔시킬 것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만달로리안이 평화주의를 받아들인지는 불과 한 세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가 자신들의 고향에 머무르는 것을 불만스럽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이죠. 이 때 데스와치가 선동을 하면 평화주의 정부는 '타국의 군대를 고향에 끌어들인 배신자'가 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데스와치는 독립 투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이상한 부분이 두가지 있습니다.


1.
공화국군이 만달로어에 군을 파견해 시민들이 모두 데스와치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일개 부족, 그것도 이미 대부분의 무기를 폐기한 이들이 은하계 최대의 군대를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데스와치야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일단 정복하고 보자는 심보였을지 몰라도, 두쿠는 이 정도 결과쯤은 예상할 수 있었을 겁니다.

2. 두쿠가 도움도 안 되는 데스와치를 도와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대체 두쿠의 꿍꿍이는 뭐였길래 이런 계획을 짠 것일까요?
사실 이 계획은 두쿠 독단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는 두쿠의 배후에 있는 인물, 그것도 이 전쟁에서 양측의 모든 전략을 조율하고 조종하는 인물이 계획을 한 것입니다.

바로 다스 시디어스, 팰퍼틴 의장입니다.
14화의 중반부를 보면 두쿠가 팰퍼틴에게 '모든 것이 주인님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즉, 데스와치와 만달로어에 관련된 모든 계획은 팰퍼틴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팰퍼틴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팰퍼틴은 당연히 만달로리안이 공화국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는 만달로리안을 키워서 새로운 장기말로 쓰는 것이 아닌, 다른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추측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만달로리안에 대한 이 계획은 성공했다면 절대 데스와치에게 좋게 끝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공화국군이 만달로어에 파견되어 데스와치의 선동에 의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이란 생각은 옳은 것이었을 겁니다. 그걸 알기에 새틴 공작도 그렇게 필사적으로 공화국군이 오는 것을 막으려고 했겠죠. 불과 십수년 전에 일어난 전란을 덮고 평화주의로 폭력적인 본성을 가리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을테니까요. 자, 그렇다면 데스와치의 깃발 아래 모인 만달로리안들이 무기를 들고 공화국에 대항합니다. 그럼 공화국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분명 이를 방어하고 진압하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만달로리안들은 필사적인 전사들입니다. 죽을 때까지 저항했겠죠.

설사 공화국이 시민들을 진압하는 걸 포기하고 떠나려 한다 하더라도 두쿠가 만달로어에 군을 파견하면 공화국도 그리 쉽게 떠나지는 못했을 겁니다. 12화 초반부에서 만달로리안이 연합과 내통하고 있다는 거짓정보를 흘린 것도 이런 공화국군의 주둔에 대한 명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죠. 공화국은 거점을 잃을 수 없어 싸웠을 것이고, 두쿠와 힘을 합친 만달로리안들도 이에 필사적으로 저항했을 겁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만달로리안의 철저한 파괴.
수 많은 민간인/군인 피해와 학살의 현장이었겠죠.

게다가 당시 만달로어를 향해 파견되기로 했던 평화유지군의 사령관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아나킨 스카이워커 장군이었습니다. 아나킨이 이끄는 군대가 어디 평화유지군입니까? 이런 민감한 장소에 팰퍼틴이 아나킨을 지명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건 이미 평화유지군이 아닌 토벌군, 점령군이라는 것이죠.

만달로리안의 파괴로 인해 팰퍼틴이 얻는 이득은 여러가지였을 겁니다. 전쟁을 가능한 한 참혹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강력한 질서를 바라게 만드는 것. 비무장 평화주의의 덧없음을 설파하고 결국에는 무력에 의한 질서를 정당화 시키는 것. 그 질서를 실현시키는 데 있어 분명 반발할 반동분자들을 미리 숙청시켜놓는 것. 모두 궁극적으로 신질서, 즉 팰퍼틴의 은하 제국 계획에 이득이 되는 것들입니다.


by Zannah | 2010/02/20 20:30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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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10/02/20 20:36
덤으로 만달로리안 고자 만들기...인가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2
그야말로 돌 하나로 새 여러마리 잡는 격이죠.
Commented by 카일카탄 at 2010/02/20 20:36
도..돋는다...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2
레알 쩔어주는 팰피..
Commented by 로드 시디어스 at 2010/02/20 21:13
아마 이다음 은하제국이 건설된(?)뒤에 폭격을 일으키거나 해서 행성이
초토화되고 수십년정도 뒤에 보바펫이 왔을때 처참한 흔적이 생긴 모습을
보게 된겄 갔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3
만달로리안은 결국 어떻게든지 시스에게 이용당할 운명..
지금까지 그래와꼬, 아페로도 개소크.
Commented by Allenait at 2010/02/20 21:27
결국 팰퍼틴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거였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3
계획이 뭐든간에 만달로리안이 팰피에게 속았다는 건 분명하죠.
Commented by vader at 2010/02/20 21:33
시즌 2에서 가장 빛나는 악역캐릭터 !
정말 시디어스는 그가 꾸미는 음모와 교활함에서는 역대 시스 중 최고인 듯.

저 웃음을 보니 만달로리안 계획인 실행이 되었다면 참 볼만하겠는 데(?),
클론워즈에서 그건 너무 한 바람이겠죠 ㅡ.ㅡ

케드 베인은 전쟁후 어찌 될려나요?
버림받지 않고 바운티 헌터로 계속 살아갈려나?
시디어스가 지금은 딱히 전쟁후에 버릴 이유가 없어보이지만 시디어스랑
엮인 녀석들이 다들 좋게 끝나지는 않는 지라..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4
시즌2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전체를 통틀어서 저런 악역 또 없어요.
아니, 팰퍼틴 정도라면 스타워즈 뿐만 아니라 어딜 가서도 흥할 듯.

캐드 베인은 전쟁 후에 어떻게 되든 좋으니 클론전쟁에서나 제대로 활약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뭐 시즌2의 주인공 정도로 보여주더니 정작 3편 등장하고는 얼굴도 안 비쳐요.
Commented by 회색흉성 at 2010/02/20 21:43
근데 문제는 만들 때 제작진이 과연 그런 생각을 했을지란 것.(...)

저도 캐드 베인이 어떻게 될지가 클론워즈에서 더지 등장과 함께 가장
기대되는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5
대사를 통해 파악해봤을 때 팰퍼틴이 뭔가 계획을 가지고 만달로리안에게 접근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캐드 베인은.. 아마 아사즈에게 죽지 않을지. -0-
Commented by 황제 at 2010/02/20 23:44
그런데 클론워즈가 이렇게 진지한 배경을 지닌 작품인지 가끔 의심스러워서...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5
그렇지 않더라도 설정진이 어떻게든 해줄거예요. ㅠㅠ
Commented by 돼두리아 at 2010/02/21 00:56
으잌 링딩돋네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7
링딩딩링딩딩디기딩디디딩딩디
Commented by 다크포스 at 2010/02/21 23:36
역쉬 다스 시디어스는 조낸 무서운 제왕입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7
사악하기로는 스타워즈 제이이이일
Commented by 두쿠백작 at 2010/02/22 15:08
시디어스는 무력적인 면에서도 순위권 안에 들어가는 시스지만, 머리 쓰는 것에 있어서는 스타워즈 내에서 따라갈 자가 없는 시스인 거 같네요 ㄷㄷ.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7
괜히 시스의 숙원인 제다이기사단+공화국의 몰락을 가져왔겠습니까..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이죠.. ㅠㅠ
Commented by 포스 at 2010/02/22 20:38
정말 이게 클론워즈 제작진 머릿속에서 나왔다면 앞으로
클론워즈를 까지 않겠습니다.

근데 아나킨도 평화유지군 하라면 잘 할거같...
Commented by Zannah at 2010/02/24 11:18
클론전쟁의 아나킨이라면 가능할지도..
이 가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클론전쟁의 분위기를 계승해야 한다는 점이죠.
Commented by 베네딕트 블루 경 at 2017/04/25 20:17
어쩌면 제국 성립 직후에 전투종족인 만달로리안들이(세틴 크레이즈의 평화주의자 제외) 제국의 심각한 골칫거리가 될지 모르니까 미리 처리하려고 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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