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에서의 신의 등장

스타워즈는 원래 인격신 같은 거 안 키웁니다. 제다이들은 수도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숭상하는 것은 자연을 구성하는 에너지인 포스의 원리일 뿐이지, 어떠한 인격을 가지고 하나의 형상을 한 '누군가'는 아니죠. 신과 같이 불사에 가까운 수명과 강대한 힘을 가진 이로는 아벨로스가 등장한 바 있지만 걔는 근본도 알 수 없는 뇬이고. (.....) 아무튼 이런 스타워즈에 처음으로 신에 비견할 수 있는 존재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바로 클론전쟁 시즌3 에피소드15인 <오버로드>편에서 말이죠.
제다이 기사단은 은하계 어디에선가 송출되고 있는 제다이 전용의 비상 신호를 잡아냅니다. 이상한 것은 이 신호 방식은 무려 2천년 전의 것이라는 거. 수상하다고 여긴 기사단은 우리의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함대를 해당 좌표로 보냅니다. 그러나 랑데뷰 지점에 도착했는데도 아나킨,오비완,아소카가 탄 우주선과 공화국 함대는 서로를 찾지 못합니다. 좌표상 그들은 분명 같은 장소에 있는데도 말이죠. 그러던 중 갑자기 그들의 눈앞에 가로세로 길이 5km가 넘는 거대한 모노리스가 등장하고, 주인공 일행은 그 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영문도 모른채 이들이 들어간 장소는 그야말로 온 우주의 포스가 한 점으로 모이는 거대한 포스 넥서스입니다. 포스의 중심점, 즉 우주 에너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죠. 아나킨은 이 안에서 세명의 인물을 만납니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아들'입니다.
이들은 아나킨이 '선택받은 자'라는 걸 알고 있고, 그 때문에 그를 이 곳으로 유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아버지'를 대체하는 것이죠. 이들은 포스의 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이 '모티스 세계' 전체가 일종의 '포스의 상징'입니다. 밝게 빛나며 그리핀으로 변신할 수 있는 딸은 낮을 관장합니다. 햇빛이 닿는 곳에는 생명이 피어나 번창하죠. 반대로 붉은 눈을 하고 가고일로 변하는 아들은 밤을 관장하며, 밤에는 오직 죽음과 파괴만이 있을 뿐이죠. 이들은 바로 포스의 양면성, 즉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상징합니다. (딸이 빛을 상징하는 것 치고는 성격이 더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_-)

그리고 이 둘이 서로를 파괴하지 않게 조종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의 역할입니다. 그리핀과 가고일의 형상을 좌우로 하여 앉은 아버지는 포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죠. 바로 '포스의 균형'이란 것입니다. 스타워즈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나킨에게 어떤 예언이 있었는지를 기억하실 겁니다. "선택받은 자는 포스의 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이죠. 바로 그대로입니다. 아버지는 이제 힘이 다 하여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이어받아 포스의 균형을 굳건히 할 후계자를 찾고 있었고, 바로 그 인물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라는 것이죠.
그에 대한 테스트에서 아나킨은 아들과 딸 모두를 자신 앞에 굴복시키며 자신이 '선택받은 자'임을 증명합니다. 아버지는 기뻐하며 아나킨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받을 것을 요구하지만, 당연히 이런 황당한 상황에 선듯 승낙할 사람은 없죠. 포스의 균형을 지키는 중책을 버리고 돌아가는 아나킨에게 아버지는 "그 자만심이 너를 저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스타워즈 작품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띄고 나온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새로운 개념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우주의 중심에서 빛과 어둠을 관장하는 존재들이 싸우고 있으며, 이는 한 명의 균형을 맞추는 이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죠. 선택받은 예언의 아이가 그들의 후계자로 선정된다는 것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신화 같은 느낌마저도 듭니다. 만약 그들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이 '모티스 세계'는 우주의 에너지를 관장하는 곳, 즉 신의 전당이라는 뜻이 됩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스타워즈에서 인격신과 이렇게까지 가까운 존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나킨의 '초우즌원' 전설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그의 미래에 대한 운명론적 암시 등을 남긴 이 황당하면서도 독특한 에피소드는 조지 루카스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짰다고 합니다. 데이브 필로니조차도 처음 들었을 때 각본가들과 함께 벙 쪘었다고 하더군요. 즉, 이 에피소드야말로 루카스가 구상한 포스의 양면성과, 그 안에서 아나킨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마지막에 다스 베이더의 테마 음악을 깔면서 그의 타락에 대한 복선을 남긴 것이기도 하죠.

다만 스타워즈닷컴은 에피소드가이드에서 "모티스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이 '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즉 설정에 있어 숨 쉴 여유를 두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루카스가 포스와 아나킨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줬다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S. 그런데 시즌3 예고편을 보면 이번 에피소드에 안 나온 장면이 등장합니다. 아들과 딸이 서로 라이트닝을 쏴대며 싸우는 장면, 그리고 아나킨이 아들과 상대하는 장면 등인데, 아나킨은 분명 마지막에 여길 떠난단 말이죠... 나중에 또 방문하게 되는 것일까요?

by Zannah | 2011/01/31 15:23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핑백(1)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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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Life, the Univer.. at 2011/02/01 16:54

... &lt;순수한 악 (Pure Evil)을 상징하는 것 치고는 깜찍한 아들내미&gt; No mother 집안의 비극(?)을 그려냈던 지난 클론전쟁 에피소드 &lt;오버로드&gt;. 과거 클론워즈2D 애니메이션 중 넬바 행성의 얼음나라에서 아나킨의 타락을 예 ... more

Commented by tenil at 2011/01/31 15:48
그 예고편 장면 때문에, 이번 에피소드가 끝날 때 '엥 이게 끝이야?' 하면서 벙쪘었는데 ...

암튼 .. 저게 루카스 생각이라면 그동안 팬들이 '포스의 균형'에 대해 논쟁하던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듯 하네요.

이번에 아소카 타락 복선 암시도 나름대로 팔딱팔딱 -_- ...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36
근데 이게 포스의 균형 논쟁에 종지부가 되려면 아나킨은 결국 클론 전쟁 중 운명을 거부했다는 결말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스타워즈 영화들이 뭐가 되나요;;
Commented by 궁상각치우 at 2011/01/31 15:54
일어난 게 꼭 현실은 아니다! 라니 빠져나갈 구멍을 잘도 만들어놓는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1
스타워즈에도 저런 게 흔하지는 않아요. -ㅂ-
Commented by 창검의 빛 at 2011/01/31 15:58
그럼 저것은 일종의 포스 비젼에 가까운-_-?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2
알 수 없는 일이죠;;
Commented by 방문객 at 2011/01/31 16:10
"이제 곧 스타워즈 설정의 대격변이 시작될 것이다."
-조지 루카스

이건 아니겠죠? ㅎㅎ ;;;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2
뭐 이걸 가지고 대격변이라고 하기에는... ㅎㅎ
찻잔 속의 태풍이죠.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01/31 16:22
허. 스타워즈 세계관에 저런 존재라니...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2
지금까지는 없던 것이죠. ㄷㄷ
Commented by 배길수 at 2011/01/31 16:34
포스의 가정에 필요한 건 후계자가 아니라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고어씨 at 2011/01/31 17:32
적절하다!
Commented by 디시버 at 2011/01/31 17:39
적절하다! 2222
Commented by ㅋㅋ at 2011/01/31 17:45
저..젖절하다!!!222
Commented by 제노스 at 2011/01/31 18:50
적절해서 버틸 수가 없다!
Commented by 주황마법사 at 2011/01/31 20:00
적절하다!!!33333
Commented by 잠본이 at 2011/01/31 20:53
부왘!!!!!!!
Commented by 동굴아저씨 at 2011/01/31 23:32
ㅇ,이런 베플을 여기서 볼줄이야!!
Commented by wookisius at 2011/02/01 06:51
흐...흥했다!!!
Commented by 안녕하슈 at 2011/02/01 11:41
최.. 최고다!!
Commented by 포스 at 2011/02/01 15:53
적절하다!
Commented by 창검의 빛 at 2011/02/01 17:5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2
으잌ㅋㅋㅋ 이렇게 많은 호응을 받는 댓글은 제 블로그에서 처음 보네요.
Commented by 로드 시디어스 at 2011/01/31 18:13
신세계의 신!!!!!!!!!!!!!
이 아니네요...
그럼 신은 공평하다의 마지막은 잘못 된건가...
신이 있어도 진리는 42죠. ㅋ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3
뭐 여기서 공평을 따질 건덕지는 없는 듯..
아무튼 진리는 42!!
Commented by Minmayzza at 2011/01/31 21:17
투디 클론워즈에서 벽화로 아나킨의 미래를 예언한 것도 좋았는데

저 아저씨가 그런 비전도 보여줬으면 정말 좋겠는데....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3
벽화 예언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였죠.
Commented by storm trooper at 2011/01/31 22:29
오오!빨리 봐야겠군요!!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3
근데 별로 재미는 없었습니다. -ㅁ-
Commented by 솔롱고스 at 2011/01/31 23:05
일장춘몽. 이런 전개로 진행할 가능성도 점칩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4
이게 다 꿈이었다는 결말이라면... ㄷㄷ
Commented by 마이니오 at 2011/02/01 04:57
어머니가 없는 가정의 몰락의 대표적인 예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4
뭐 어머니가 없다고 몰락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Commented by 마노 at 2011/02/01 12:17
하지만 2012년 지구는 멸망하겠지? 안될거야 아마...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4
읭? 갑자기 지구멸망..
Commented by 마노 at 2011/02/10 12:42
스타워즈 시리즈의 '리얼신'이신 조지 루카스 형님께서, 얼마 전 tv에 나와 진지하게 2012년 지구멸망에 대해 논하셨다죠.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10 15:46
아아 그런 뜻이었군요. ㅎㅎ
Commented by 포스 at 2011/02/01 16:01
헐 이건 진짜.... 저도 다보고 벙 쪘다는...

이번에 진짜로 클론워즈가 뭐 하나 제대로 터뜨린것 같습니다.


PS : 엄마는 우주 그 자체일수도...
Commented by Zannah at 2011/02/02 16:54
엄마는 마더 네이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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