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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전쟁 시즌3의 <나이트시스터> 삼부작은 역대 클론전쟁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대의 급전개를 보이며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을 쏙 빼놓는 사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별 볼 일 없이 싱겁기 그지없었던 시즌3의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켜놓았을 뿐만 아니라 클론전쟁이라는 시리즈 자체를 재평가 해야 할 만큼이라고 하면 제 호들갑일까요. 어찌되었든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만족스러웠던 스토리아크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급전개 속에서 저는 어딘가 계속 미심쩍은 구석이 느껴졌습니다. <나이트시스터>의 스토리 전개는 너무나 갑작스러운데다가 의심스러운 냄새가 플롯 전체에 진동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을 듯한 느낌 말이죠.
이상한 것은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장면부터 있습니다. 두쿠가 아사즈를 내치고, 이에 원한을 품은 아사즈가 두쿠에게 복수하기 위해 새바지 오프레스를 그의 수중에 심어놓는 것,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사즈와 두쿠 모두를 배신하고 다쏘미르로 도주한 새바지. 이 모든 것은 다스 시디어스가 타이라누스에게 아사즈를 버릴 것을 명령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아사즈는 원래 문제 없이 임무를 수행해오던 충복이기 때문에 시디어스가 갑자기 그녀를 죽일 것을 명하는 것은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물론 두쿠의 충성심을 시험해보고자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버리기에는 아사즈란 말은 전쟁에서 상당히 유용하죠. 언젠가는 제거해야 하지만, 당장 버릴 이유는 없는 패란 것입니다. 이런 뜬금없는 명령은 상당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의심스럽기로는 마더 탈진 역시 팰퍼틴 못지 않습니다. 두쿠에게 배신당해 다쏘미르로 도주한 아사즈를 두말없이 거둬들일 뿐만 아니라 두쿠를 습격할 암살단까지 선선해 내주는 건, 아무리 아사즈에게 진 부족의 빚이 있다고는 해도 수상합니다. 더군다나 암살에 실패하고 돌아오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새바지 오프레스를 심어놓을 계책을 내놓는 것은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를 다 알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새바지를 세뇌시켜 두쿠에게 보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탈진은 과거 두쿠의 제다이 시절부터 그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두쿠가 바보가 아닌 한 새바지를 세뇌시킨 게 탈진이란 짐작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나이트시스터 부족은 무사하기 힘듭니다. 나이트시스터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공화국과 전면전을 벌일 정도의 세력을 가진 두쿠의 원한을 사게 되면 끝장인 것이죠. 새바지가 두쿠의 신뢰를 잃게 만들게끔 제다이를 토이다리아로 보낸 것도 이상합니다.
패배해 도망쳐온 오프레스를 대하는 탈진의 태도는 더욱 더 기막힙니다. 두쿠를 살해하는 데 실패해 다쏘미르로 돌아왔다는 것은 실수 중에서도 큰 실수입니다. 자신을 개조한 게 나이트시스터들의 소행이라는 걸 광고하는 것과 다름 없거든요. 그러나 탈진은 이번에도 역시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합니다. 새바지에게 형제인 다스 몰이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그를 찾을 팬던트까지 쥐어주며 부추깁니다. 모든 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알 수 없는 스토리에서 연결점을 만드는 키워드는 '다스 몰'입니다. 알게 모르게 다스 몰은 이 스토리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를 하고 있습니다. 정작 그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마더 탈진과 이 괴이한 이야기 사이에는 다스 몰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스 몰에는 다름 아닌 팰퍼틴, 즉 다스 시디어스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이트시스터> 삼부작을 통해 다스 몰의 고향이 이리도니아가 아니라 다쏘미르이며, 그가 새바지와 마찬가지로 나이트브라더들 사이에서 자랐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시디어스가 몰을 픽업한 것도 다쏘미르에서였을텐데, 그렇다면 나이트브라더를 지배하고 있는 나이트시스터, 그 중에서도 마더 탈진과 접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즉, 탈진과 시디어스는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는 뜻이죠. 얼마나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둘이 함께 음모를 꾸밀 수 있을 정도의 관계라면? 혹은 시디어스가 이미 탈진을 컨트롤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작중 초반에 시디어스가 두쿠에게 내린 이해할 수 없는 명령도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이후 탈진에 의해 물 흐르듯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사슬을 보면 말이죠. 이렇게 시디어스는 삼부작 내내 단 두 장면 짧게 등장할 뿐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플롯 전체에 걸쳐 진하게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함으로서 시디어스가 (혹은 탈진이) 얻으려고 하는 게 뭐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다스 몰 부활 떡밥만으로도 대체 이 작품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나이트시스터> 삼부작에서 팰퍼틴이란 노인네가 꾸민 음모의 냄새가 진동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