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이전에도 살짝 언급한 바 있지만 대체 어째서 타킨이 함장(Captain) 나부랭이 따위로 나오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당시 이미 총독으로 자기 행정구역 다스리기 바빴던 인간이 대체 어째서 최전선에서 일선 장교로 뛰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도 율라렌마저 해먹고 있는 제독도 아니고 제다이 장군 아래 배속되어 있는 함장으로서 말입니다. 클론 전쟁기 막바지에 팰퍼틴이 모프제도를 실시하면서 모프 1기 맴버 중 가장 중요한 인물로 나타난 게 바로 윌허프 타킨인데 저 당시에 겨우 스타디스트로이어 하나 책임지고 있을 정도의 힘밖에 없었다면... 아, 이게 뭔가요.

굳이 EU 설정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타킨이 제독 아래 함장 지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타킨이 누굽니까? 스타워즈팬 모두가 경전으로 거룩하게 여기는 77년도 스타워즈의 최종보스잖아요!! po그랜드 모프wer! 행동대장 다스 베이더마저 통제하는 명실상부한 제국의 이인자 (사실 에피4만 놓고 본다면 일인자급 포스)라고요! 바로 그런 경력 때문에 클론전쟁에 나온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제독도 아니고 함장? 이건 거의 고인드립급이라고!

심지어 율라렌 대령에게마저도 제독의 지위를 준 클론전쟁이 어째서 타킨은 이렇게 박하게 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년 전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건가? 이렇게 어렸던 놈이 그렇게 출세했다는 느낌을 주게? 그러나 문제는 타킨이 그랜드모프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9 BBY에 공포된 섹터 통치령으로 모프가 된 타킨이 그랜드모프로 승격된 것은 그가 주창한 타킨 독트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타킨 독트린으로 인해 데스스타가 만들어졌는데, 에피소드3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데스스타의 건설은 제국이 세워진 직후부터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죠. 즉, 타킨이 그랜드모프가 된 것은 데스스타의 건설 시작과 거의 비슷한 시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제국 설립 직후 데스스타 건설현장을 시찰하러 온 황제를 알현하는 타킨. 가슴의 계급장을 보면 이미 그랜드모프의 것을 달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클론전쟁에서 타킨이 등장한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클론들이 페이스2 아머를 조금씩 입고 다니기 시작하는 걸 보면 대략 21BBY 후반기거나 20BBY 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클론전쟁 캐릭터들이 에피소드3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필로니가 "에피소드3에 시간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라 말한 것으로 보아 전쟁 중후반기, 즉 20BBY가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어차피 클론전쟁이 스케일에 비해 별로 길게 끈 전쟁도 아니고, 3년하고 몇 개월 한 것이니 오차범위는 크지 않지요.

그렇다면 타킨의 승진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전통 있는 지역 군벌 가문의 자제로서 군사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이미 클론 전쟁 발발 10여년 전부터 정계 진출해서 경력 쌓아온 타킨이 하루아침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광속 승진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건 입이 아파서 더 까지 않겠습니다.

타킨이 이상하리만치 아나킨에게 까칠하게 구는 것, 그리고 원래 팰퍼틴과 타킨이 긴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보면 팰퍼틴이 아나킨을 시험보기 위해 일부러 타킨을 보냈다는 떡밥도 가능하겠지만... 팰퍼틴 같은 은하계구급 인물이 함장에 있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리도 없고, 무엇보다 필로니가 이걸 단순히 '다스 베이더가 되는 아나킨이랑 타킨이랑 묶어놓으면 재밌잖아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라 그럴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