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떡밥도 다시 보자] R2-D2의 기억은 지워졌는가?

<둠칫 두둠칫 훌라~~~>


R2-D2는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설정붕괴를 논할 때 항상 핵심에 위치하는 캐릭터입니다. 아무래도 영화 전편에 개근해서 활약하는 캐릭터(C-3PO는 에피소드1에서 잠깐만 등장, 에피소드2는 중반 이후에나 등장)이다보니 주인공들의 여정을 거의 모두 겪고 목격한 유일한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에피소드4에서 왜 오비완이 알투를 못 알아보냐에서부터 시작해서 왜 알투가 요다를 못 알아봤는가, 왜 알투는 루크와 레아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가 등 프리퀄과 클래식 삼부작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알투는 항상 논란의 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가장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알투의 기억이 지워졌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죠. 에피소드3의 한 장면을 보도록 합시다.


  • 오르가나: 안틸레스 함장.
  • 안틸레스: 예, 폐하.
  • 오르가나: 이 드로이드들은 이제 자네 몫일세. 청소하고 잘 관리하게. (으아니 내가 이 짬에 청소라니!) 아, 그리고 프로토콜 드로이드의 기억은 소거하게.
  • 쓰리피오: 뭐라고요? 오 이런... 

영화의 결말부에서 베일 오르가나는 안틸레스 함장에게 쓰리피오와 알투를 맡기면서 정확하게 '프로토콜 드로이드'에게 기억소거를 하라고 명령합니다. 네, '드로이드들'도 아니고 '프로토콜 드로이드'만 콕 찝어서 말한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알투와 관련된 설정충돌 문제는 프리퀄 시대에 대한 알투의 기억만 소거하면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오비완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문제는 있지만 그건 다른 내용이고, 이미 많은 곳에서 답변이 되었으니 생략) 실제로 그 떠벌이 쓰리피오가 클래식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 장면 하나로 해결됐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C-3PO, 인간형 드로이드입니다 600만개의 언어를 할 수 있죠)

스타워즈 레전드(구 확장세계관, EU)에서는 간단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쓰리피오는 너무 말이 많아서'입니다. 베일 오르가나는 새로 생긴 딸인 레아가 이후에 이 드로이드들을 갖게 되길 원했는데, 쓰리피오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아나킨 주인님과 아미달라 의원님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라고 떠벌거립니다. (....) 당연히 이딴 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놈을 데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 기억을 지워버린 것이죠. 알투의 경우엔 사람 말을 할 수 없으니 지우진 않았지만 대신 아나킨과 파드메에 대한 정보는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아버렸습니다.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다보니 루크가 할아버지가 다 됐을 땐 이런 극적인 장면까지 나올 수 있었죠.


하지만 기억이 일단 남아 있다는 것은 위험할 뿐더러, (레전드 설정상) 기억소거는 모든 드로이드들이 주기적으로 거치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영화에서는 굳이 '프로토콜 드로이드'의 기억만을 지우라고 한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루카스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건 오래 전, 조지 루카스가 처음 스타워즈를 구상할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루카스는 원래 스타워즈를 '극중극' 형식으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보다 훨씬 후대에, 보다 지혜로운 '휠' 종족이 스카이워커 일행의 모험과 클론 전쟁, 은하 내전의 일대기를 기록한다는 네러티브식 구성이었죠. 이것이 바로 '저널 오브 휠'의 기획입니다. 그리고 휠 족은 엔도 전투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알투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 일대기를 써내려갑니다.

비록 '저널 오브 휠' 기획은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지만 그 초기구상은 알투라는 캐릭터로 남아 여전히 암시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스타워즈 영화 전편 개근 캐릭터는 알투와 쓰리피오 둘이지만 (오비완도 개근은 개근) 주인공들의 모험에 모두 함께 하는 것은 알투가 유일합니다. 알투만이 모든 것의 내막을 알고 있고, '루카스의 눈'으로서 그 여정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죠. 알투에게는 그런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죽어서도 안 되고, 기억이 지워져서도 안 되는 겁니다. 우주결전최종병기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사실 스타워즈 EU가 레젠드로 논캐논이 되면서 아쉬운 부분은, 이른바 '땜빵설정'이라고 냉소적으로 일컬어지는 설정들이 사실 엉성하게 구성된 영화의 설정을 퍽 설득력있게 설명해주던 것들이었는데 그게 다 날아가버렸다는 것입니다. 알투의 기억은 스타워즈의 기원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절대 지워져선 안 되고, 관련된 상황을 설명해주는 '땜빵설정'들은 사라져버렸으니, 이제 알투와 관련하여 클래식 삼부작에서 문제시 되는 장면들을 설명이 안 되는 설정충돌이 되어버린 겁니다.

뭐 혹시 모르죠. 알투가 요다를 알아봤을지도요. 그럼 위 장면에서 알투는 "놔! 이 노망난 그랜드마스터 새끼야!"라고 말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워낙에 알투가 겉보기와는 달리 의뭉스럽고 어딘가 사악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라는 것이 은근히 내비쳐지고 있으니 어쩌면 다 알고서도 시치미 떼는 것일 지도요.




그래도 이건 말렸어야지 이 자식아



by Zannah | 2015/04/25 11:50 | └스타워즈FAQ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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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hrawn at 2015/04/25 11:57
돌아오신거 맞네요....

덕후 코드

탈덕이란 없다 휴덕만이 있을뿐
휴덕을 통해 우리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재충전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열정을 얻는다
열정을 통해 우리는 다시 덕후가 된다
덕질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Commented by Noble6 at 2015/04/25 13:22
덕후사이드 ㅎㄷㄷ;;;
Commented by Noble6 at 2015/04/25 13:21
알투님이 보고계셔
Commented by ChristopherK at 2015/04/25 13:43
이글을 보고 난 뒤... 반다이 1/12 R2-D2를 꼭 사야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한뫼 at 2015/04/25 16:03
오비완 표정 좀 보소.
Commented by 치롱 at 2015/05/28 19:59
역시 진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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