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 스타워즈의 음악적 복선



요즘 계속 깨어난포스 관련 글만 썼으니까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타워즈에서 음악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겁니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스타워즈 6부작(이제 7부작)의 음악은 이미 영화 사운드트랙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설적인 곡들이 되었고, 특히 특정 곡 한두가지만 회자되는 다른 영화 사운드트랙과는 달리 스타워즈는 수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아니코닉한 곡들을 많이 남겼죠.

스타워즈와 사운드트랙 간의 관계는 단순히 음악이 '좋다' 수준을 넘어섭니다. 각각의 주요 인물들마다 자신의 유명한 테마 곡을 가지고 있다보니 음악이 단지 배경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에 관여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포스 테마', '제다이 테마', '루크 테마'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그 유명한 은 그 자체로 주는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에 이번 깨어난포스에서도 레이의 각성 장면에서 사용되었죠. 이렇게 스타워즈의 각 테마곡들은 하나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이 때문에 음악을 사용해 어떠한 스토리상의 암시를 주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는 특히 프리퀄 삼부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프리퀄이 다스 베이더의 탄생 스토리를 다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스 베이더의 테마인 가 곳곳에서 변주되어 사용되었죠. 가장 유명한 용례는 에피소드2의 클론 사열식 장면, 그리고 에피소드1의 아나킨 테마가 있습니다. 특히 에피소드1 엔딩크레딧의 말미에서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와 함께 사용된 아나킨 테마는 다시 들어도 굉장히 소름 돋습니다. (혹자는 에피소드1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정도)




이들은 너무나 확실하게 들리기 때문에 척 듣고 의도를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려진 음악적 복선들 외에도 주의깊게 듣지 않고서는 알기 힘들며, 또한 논란이 되었던 곡이 하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몇 번 들을 때는 뭐가 비슷한 것인지 잘 모르겠었지만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자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바로 에피소드1의 피날레 곡인 입니다.


스타워즈에서 캐논 음악, 즉 세계관 내부에 실존하는 곡으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인 이 곡은 에피소드1 마지막 부분 건간족의 퍼레이드의 배경음악으로, 보스 나스가 '평화!'를 외치며 엔딩크레딧으로 넘어가는 곡입니다. 스타워즈 사운드트랙 중 유일하게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선남선녀의 웃음소리도 나오는 등 (....) 여러모로 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곡입니다.

그런데 이 곡의 어디가 복선이고 어디가 소름끼친다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이 곡이 클래식에 나오는 , 즉 황제 테마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디가 비슷한지 들리시나요?

분위기가 완전히 극과 극에 있는 곡이고, 속도도 다르다보니 알아차리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교 영상을 보도록 하죠.




다음은 두 곡의 피치와 속도를 평균으로 잡아 믹스한 결과물입니다.




멜로디 전개가 상당히 비슷하지 않나요?



<이미지 출처: aaronkrerowicz.com>


실제로 해외 사이트 중에는 악보를 보며 두 곡의 유사점을 분석해놓은 곳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존 윌리엄스가 숨겨놓은 복선일까요?

결론은 일단 '아니다'일 듯 합니다. 음악 하는 형에게 문의해본 결과 두 곡의 리듬과 멜로디 전개가 비슷하긴 하지만 템포도 다르고 마디의 연결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곡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만약 두 곡을 의도적으로 유사하게 만들고 싶었다면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한 흔적이 없으며, 단지 작곡가들마다 자주 쓰게 되는 패턴이 부지불식간에 반복 사용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아울시티나 스노우패트롤 같은 친구들 노래 듣다보면 비슷비슷 하잖아요? 이것도 그런 것이라는 말이죠.

위키를 찾아보니 이 곡에 대해서는 제작진들도 해명을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에피소드1의 음악 편집자였던 켄 완버그에 의하면 유사성은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었으며, 아예 비슷하다는 주장까지도 틀리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다니엘 월레스가 인사이더지에 이 곡이 황제 테마를 모티브로 사용한 것이 맞다고 써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루카스아츠의 수석 사운드디자이너인 데이빗 콜린스가 월레스의 기사를 부정하면서 현재로서는 윌리엄스의 의도가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난 듯 합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필' 이 두 곡이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심장하고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에피소드1의 부제 '보이지 않는 위험'과 이 영화의 스토리가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본다면 말이죠. 에피소드1은 결국 은하계에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고 겉으로는 패배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위협', 즉 팰퍼틴이란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다스 시디어스는 승리했다는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즉 공화국의 멸망과 황제의 탄생에 첫 기둥을 세운 이야기인 것이죠.

아미달라 여왕은 보스 나스에게 평화의 구를 전달하고 나스는 마치 모든 전쟁이 끝난 것처럼 우렁차게 '평화'를 외칩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단지 앞으로 닥쳐올 대혼돈의 서막일 뿐이었고, 정작 모든 비밀과 음모를 숨기고 있으며, 자신만의 새로운 '평화'를 꿈꾸고 있는 인물은 원하는 것을 얻은 상태로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장면에 깔리는 배경음악으로 어울리는 것이 있다면, 황제 테마의 변주곡만한 것이 있을까요.


곡에 대한 제보를 주신 더론님과, 곡 믹스를 해주신 녹은빙수님, 그리고 유사성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 테닐형에게 감사합니다.

by Zannah | 2016/01/15 17:29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venator.egloos.com/tb/58627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봉학생군 at 2016/01/15 17:44
음악이 아니긴 하지만은 개인적으로 에피소드 1 티저 포스터도 소름돋았습니다.
Commented by 아이지스 at 2016/01/15 21:16
발연출로 사람 뒷목 잡게 한 프리퀄이지만 저 두 장면만큼은 스타워즈라는 이름값을 한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onage at 2016/01/16 02:49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뒷 목을 잡을만한 '썰'이 있어서 잔나님 블로그에 왔더니...

마음을 다스리고 갑니다.

* -_-; 스노크가... 베이더라는 카더라가 나왔네요. 근거로 에피소드 6에서 가면을 벗은 베이더의 왼쪽 뺨 상처를 들더군요.

이렇게 되면, 베이더가 다시 살아났기에 루크가 대결을 피하고 도망갔다는 스토리가 되려나요...
Commented by 오두막 at 2016/01/16 11:50
가만 생각해보면 평화의 구도 언리미티 드빠와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Commented by ㅁㅁ at 2016/01/16 15:00
이번에 나온 반란군 2시즌 트레일러도 소름듣는듯.

다스몰도 나오고 베이더 아소카의 대결... 그리고 녹색 크로스가드 라이트세이버라니... 어쩌면 스노크의 정체가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밝혀질지도 모르겟군요.

ㄷㄷㄷ
Commented by 나는개념인인가 at 2016/01/16 19:07
생각해보니 이 건은 자자 시스로드설과도 연관지을수 있겠군요. 고로 자자 시스로드설이 맞다는 증거가 하나 더 늘어난...<퍽
Commented by tenil at 2016/01/17 09:45
에피 1 피날레에 황제 테마 믹스업 해볼까. 조낸 코미디 되겠네 ㅎㅎㅎ 아니 아예 황제 테마 유로비트 버전을 하나 만들어 볼 ...
Commented by asdf at 2016/01/22 20:24
제작진님들아, 그럴 때는 '응 그게 맞아'라고 하는 거에요!!ㅠㅠ
Commented by 기사 at 2016/01/26 12:27
사실이 아닌것을 맞다고 하는건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지만 저기서 필요한건 아닌듯 싶군요.
Commented by 영어 ㅠㅜ at 2016/04/04 16:13
두번째 영상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독백 '리벤지' 말고는 못알아 들었어요. ㅠㅜ 가르쳐주시면 안되나요? 제가 영어를 잘못해스 ㅠㅜㅠㅜ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