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잠정적 총평


원래 1월에 다 구상해놨던 글인데 미루고 미루다보니 4월이나 되어서야 쓰게 되었네요. (...) 이제 스타워즈에서 깨어난포스 시즌이 어느정도 일단락 되고 로그원 시즌으로 이행될 즈음인 만큼 깨어난포스에 대한 총평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국지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과거 여러 글들을 써놨지만 이 작품이 스타워즈 사가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인지, 그리고 과연 깨어난포스는 좋은 영화인지에 대해 잠깐 짚고 갈 필요가 있어 쓰는 글입니다.

깨어난포스에 대해서 많은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으로는 주로 스타워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 대부분을 담았다는 것,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내 세대교체를 잘 해냈다는 점이 주로 칭찬을 들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반응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주로 우연에 기댄 전개, 오리지널 삼부작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듯한 구성과 소재 등이 비판 받았습니다. 후자는 스피디한 전개 속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설정하다보니 나온 부작용이고, 개인적으로도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거리가 있을 듯 합니다.

저 역시 10월에 쓴 글에서 걱정했던 바대로 깨어난포스는 과거 클래식 삼부작, 그 중에서도 에피소드4 새로운희망과 너무나 비슷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저항군과 제국군의 구도, 루크와 레이의 유사점, 스타킬러베이스, 한 솔로의 죽음과 그 직후 레이의 각성 등은 에피소드4의 전개와 소재들과 너무나 빼닮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첫번째 관람 때 이런 요소들로 인해 많이 실망했고 화도 났었습니다. 스타워즈에서 좀 더 참신하고 새로운 모습을 바랐었거든요.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니 이는 디즈니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깨어난포스는 앞으로 5년간 이어질 디즈니판 스타워즈 6부작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개인데, 하나는 이것이 '첫번째 작품'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것이 '디즈니'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워즈는 3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지 루카스라는 카리스마적(?) 개인의 영향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에서 손을 떼고 그것이 디즈니에게 넘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수 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린 오래된 프랜차이즈에서 정통성은 큰 문제이고 디즈니로서는 이제 자신들이 스타워즈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정통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었을까요? 디즈니는 그것을 클래식 삼부작에서 찾았습니다.

프리퀄과 비교를 해보죠. 클래식 삼부작은 대단히 성공했고 엄청난 사랑을 받은 시리즈였습니다. 그러나 루카스는 에피소드1에서 클래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스타워즈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프리퀄이 디즈니의 시퀄 삼부작과 구별되는 지점은, 그것이 이미 약속된 후속작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리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클래식 삼부작이 완결났던 80년대 초반에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6부작으로 완전히 완결되었다 선언한 시리즈에, 갑자기 난입한 외부 세력이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었죠.

그러기에 디즈니는 스타워즈의 정통성을 이어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클래식의 추억의 배우들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고, 공공연히 스타워즈 매니아를 자처하던 감독을 섭외했으며, 클래식 삼부작의 각본가를 영입했고, 존 윌리엄스를 모셔왔으며, 영화에서 디즈니의 로고를 거의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이런 정통성 계승에 있어 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이 영화가 프리퀄의 냄새를 의도적으로 제거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북미 스타워즈 팬들에게 있어 프리퀄에 대한 알레르기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합니다. 16년동안 기다렸던 후속작이 실망으로 끝났다는 것은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고, 이는 반동에 대한 심리로 이어졌습니다. 깨어난포스가 클래식 추억팔이를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은, 정통성 문제로 인한 거부반응 최소화와 함께 이러한 반동심리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깨어난포스에 대한 북미 평론가들이나 팬들의 리뷰를 보면 '프리퀄의 악몽을 잊게 해줬다',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등의 반응들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디즈니의 계산은 그대로 로튼토마토 신선도 92%, 메타스코어 81점의 준수한 평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깨어난포스는 스타워즈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북미 팬들을 설득하기 위해 독립된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일부 포기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영화 자체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걸 어찌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라는 것 자체가 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부분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간혹 깨어난포스는 스타워즈의 철학을 담고 있지 않다고 불평하는 반응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지 루카스의 복귀를 원하는 분들이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던데... 글쎄요, 보이지않는위험이 무슨 철학을 담고 있었죠? 스타워즈 시리즈에 있어서 주제적 테마는 영화 한 편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는 한 편이 아닌 삼부작으로서 이야기 되는 작품이고, 테마 역시 삼부작이 완결됨으로써 비로소 성립됩니다. 개인적으로 프리퀄의 주제의식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결국에는 시스의복수로 완결됨으로써 드러났었죠. 이제 영화 한 편 나온 상황에서 철학이니 주제니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합니다.


어쨌든 에피소드7은 성공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대중들의 평가도 전반적으로 우수했고, 박스오피스 역시 월드와이드로는 역대 3위, 북미에선 역대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죠. 이제 관건은 에피소드8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에 빚지어 시퀄의 포문을 여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시퀄이 클래식의 카피캣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퀄만의 새로운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디즈니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비로소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리뷰에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영화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클래식의 분위기가 디즈니의 계산인지, 혹은 추억팔이에 기댄 장삿속인지는 그 때 가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깨어난포스에 대해 일단 쉴드를 쳐주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에 쉴드를 쳐준 작품으로는 클론전쟁과 포스언리쉬드가 있습니다.


by Zannah | 2016/04/01 23:23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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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egg at 2016/04/02 02:19
클론전쟁과 포스언리쉬드가 있습니다....
클론전쟁과 포스언리쉬드가 있습니다....
클론전쟁과 포스언리쉬드가 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 잔나님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Commented by 레이오네 at 2016/04/02 04:13
마지막 줄이..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16/04/02 08:50
불길한 징조가...
Commented by qwer at 2016/04/02 10:07
에피7을 루카스옹이 맡았더라면? 그의 인터뷰대로 스카이워커 기문의 손자손녀들의 유년기부터 나왔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루카스옹이 만들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과연 그걸 원했을련지....

프리퀼 시리즈가 기존 클래식 팬들에겐 대차게 욕을 먹었지만
한국 한정으로 프리퀼부터 본 신세대들에게는 의외로 평가가 좋더라구요

아마 이번 에피7이 한국에서 루카스 갓 소리 들으며 비판박는 이유는 그때문이 아닐지....
Commented by Kyw at 2016/04/04 14:42
EU를 조금만 손대면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 스타워즈와 아역배우들과 잘 조합이 안 맞았지만 최소한 이런 재탕은 안 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팰퍼틴 at 2016/04/02 11:51
구구절절 맞는 말 입니다.
Commented by 무명병사 at 2016/04/02 16:41
SF영화로는 쥑여주는데 스타워즈 후속작으로는 에...음.
제가 보기엔 잘만든 팬메이드 무비고, 에피4만 따라하느라 썰도 못 푼 공식 후속작입니다. (...)
Commented by 무명익명 at 2016/04/02 21:08
무명// 엌.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ㅎㅎ
전 오히려 SF영화론 별로고 스타워즈 후속작으론 쥑여준다 생각했는데 ㅋㅋ
Commented by at 2016/04/03 21:59
오 저도 팬메이드같다고 생각했어요
Commented by Kyw at 2016/04/04 14:43
전 둘다 못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냥 레벨즈 시즌 3나 기대하고 살렵니다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16/04/02 16:56
건담으로 비유하면 유니콘 ... 급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Commented by Kyw at 2016/04/04 14:40
막줄에 진실이 숨어있는 겁니까? -_- 디즈니가 역량이 없는 것도 아닌게 이번에 레벨즈 시즌 2를 보면 숨이 막히고 진짜로 스타워즈 다운 에피소드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도 전혀 새로운 캐릭터들만 가지고 말이지요.
비록 처음에는 어린애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kotor와 이전 프리퀄과 시퀴얼등을 자연스럽게 연결을 해서 다들 좋은 평을 얻고 있습니다. 클론워즈 팬들에게도 일정부분 인정을 받기도 하고요.
구에 반해서 에피7은 그냥 팬무비로 봅니다. 주인장님 말 대로 기다리는 것도 좋으나 에피8도 솔직히 너무 불안합니다. 개인적으로 7과 관련된 요소들이 너무나도 싫었어요. 특히 음악에서 많이 실망을 했는데 윌리엄스가 작곡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감이 없었습니다.
특히 전개에서 불일치와 떡밥을 무진장 떨어트리고 정리를 안한 jj를 찬양하는 팬들이 더 불안합니다
Commented at 2016/04/09 15: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6/04/14 23: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잉여인간 at 2016/04/15 05:24
스톰 광선 발사 !!!!!! 자자빙크스 성대모사 해서 올려주세요
Commented by Rapidfire at 2016/05/25 19:49
뭔가 막댓글이 한달도 넘은 시점에 우연히 봐서 뒷북치는 거 같기도 하지만, 사실 전 개인적으로 영화의 비판에서 영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축을 이루는 요소에 관한 비판, 그리고 그에 대한 옹호가 나오지 않았다는 거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바로 스토리의 기본 구조 말이죠.

사실 스타워즈라는 시리즈 전체가 스토리 측면에서 다크 나이트나 인셉션처럼 엄청난 깊이가 있다거나 해서 스토리에 특별히 높은 기대를 가지게 하는 시리즈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지난 6부작의 경우 '도입부에서의 메인 갈등요소 소개->갈등 전개 및 해결(혹은 심화)->그 갈등요소와 관련된 새로운 속편의 갈등요소에 대한 복선 전개로 끝맺음(6편의 경우 그냥 완결)' 이라는 구조 자체는 매우 잘 성립시켰습니다(디테일한 플롯 구멍은 6편 모두 존재하지만 말이죠.). 단순함은 수준낮아 보일 수 있지만 견고하고, 구조가 간단한 기계는 신뢰성이 높은 법이죠. 건물로 따지자면 일부 안 어울리는 디자인을 포함한다거나(6편) 건물 디자인이 유치해 보일 순 있어도(1편) 건물로써의 기본 구조는 견고하다는 말입니다. 제가 스타워즈 기존 6부작의 '스토리'에 모두 높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가 이것이죠.

그런 면에서 깨어난 포스는 스토리 측면에서 '스타워즈 영화로써마저' 절 실망시켰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기존 6부작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중반부터 스토리의 기본 구조가 뒤틀립니다. 건물의 기초가 뒤흔들리는 거죠. 오프닝 스크롤에서부터 대놓고 강조한 '루크 수색'은 뒷전으로 넘겨버리고 어떠한 개연성도 없이 갑툭튀한 존재가 스토리의 메인을 차지하고 관객들의 눈을 주된 갈등요소로부터 돌려놓습니다. 그래놓고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졌어야 할 루크의 수색 문제는 결말 근처에 가서야 정말 얼렁뚱땅 해소됩니다. 마치 삼킨 음식의 량을 감당하지 못해 소화불량에 걸린 바보를 보는 것 같아요. 정작 '삼킨 음식'에 해당하는 기본 스토리 구조는 단순했던 4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고, 따라서 그렇게 '소화'시키기 힘든 음식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카일로는 "당신이 시작한 일을 제가 끝내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정작 영화는 스스로 시작한 일조차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셈이에요. 속편 떡밥을 넘어서 이건 영화 스토리 구조 자체가 수준 미달입니다.

물론 앞으로 디즈니의 스타워즈 영화가 5편이나 더 남아있고,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에 대한 평가가 앞으로 좋아질지는 한참을 더 두고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본문에서 언급하신 '영화의 테마' 이전에 '시리즈 영화의 기본적인 서사구조'조차 스스로 소화시키지도 못한 깨어난 포스'가 그 자체로써 시간이 지나고 속편들이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가 더 좋아진다거나 할 지는 의문입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16/06/07 18:36
저 역시 뒷북 댓글을 달자면,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일단 이 글에서 평가하고 싶었던 부분이 깨어난포스의 '영화로서의 퀄리티'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싶습니다. 스토리의 구성, 개연성 등에 있어 깨어난포스는 분명히 욕 먹어도 싼 영화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전 글들에 나눠서 일부 비판한 바 있습니다. 사실 깨포에서 까고 싶은 부분을 쓴다면 저 역시 한 트럭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들에 대한 비판은 이미 인터넷에 퍼진 수 많은 리뷰들에서 한 작업이기 때문에 저는 이를 굳이 반복하기보다는 깨포가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해보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엉성한 영화가 왜 로튼토마토를 비롯하여 여러 북미에 기반한 영화 평가 사이트들에서 높은 평점을 얻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도 찾고자 했고요.

에피소드8이 잘 나온다 한들 깨포의 영화로서의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최소한 '프랜차이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영화'라는 평가는 할 수 있겠죠. '스타워즈'를 부활시킨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부활시켰다고 썼다는 점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Seattlerai at 2016/06/10 19:13
흠...늦은 댓글에 답글까지 달아 주시다니 황송하네요. 음...확실히 제가 '프랜차이즈의 시작'과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 지나치게 둘을 동일시한 점이 있나보군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페이지관리자 at 2017/10/17 08:36
1977년도 스타워즈와 플롯이 같은 이유는 과거 비극의 역사가 또 다시 반복되어 그것을 멈추고자 하는 주제로 설정되었기 때문이죠. 쌍제이의 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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