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 - 데스스타 회의 장면




어제 파블로 히달고가 트위터를 통해 흥미로운 떡밥을 던졌습니다.





"몇 주 안에 봐두면 여러 모로 좋을 중요한 장면."



이 트윗이 말하는 바는 명확해 보입니다. 앞으로 2주 여 뒤면 로그원이 개봉하고 그 전에 데스스타를 배경으로 하는 저 장면을 봐 두라는 것은 장면에 등장하는 어떤 요소가 로그원과 연동될 것이기 때문이겠죠. 트위터에서는 리플로 "역시 율라렌이 스노크였어!!" 같은 드립이 달리고 있지만 스노크 드립은 요즘 히달고와 하는 일종의 스포츠처럼 자리 잡아서...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희망에 나왔던 이 장면은 로그원과 연관짓지 않아도 여러 모로 흥미로운 씬입니다. 우선 첫째로, 스타워즈 영화 중에서 제국 군부 관료 최상층부가 등장하는 유일한 장면입니다. 둘째로, 제국의 정치 체제를 암시하는 유일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저항군이 제국 의회의 지원을 암암리에 받고 있음을 타게 장군이 지적하자 타킨이 들어오며 황제가 의회를 해산했으며 앞으로 각각의 지역을 지방 행정관이 직접 관리할 것이라 전하죠. 셋째로, 스타워즈에서 포스가 직접적 형태로 발현된 최초의 장면입니다. 자신을 깔보는 모띠 제독의 목을 조른 이후 포스 초크는 베이더의 아이콘적인 기술이 되었습니다.

그럼 로그원과 이 장면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장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윌허프 타킨 대총독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입니다. 제국 행정의 2인자, 은하계의 50%를 차지하는 아우터림 지역의 관리자, 제국의 신 질서 (New Order), 데스스타를 통해 상징되는 '공포에 의한 통치'를 입안한 자. 그리고 데스스타의 최고 지휘관입니다.


(2) 다스 베이더

역시 다스 베이더에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참고로 새로운희망 직전을 즈음해서 베이더는 제국군 총사령관 자리에 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당시 베이더가 형식적 계급을 갖고 있었는지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는데, 데스스타 파괴 이후 황제가 그 책임을 물어 베이더를 강등시켜 타게 장군 밑으로 보냈던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단 타이틀은 총사령관이 아니었을까 싶긴 합니다. 근데 일부에서는 이후 익제큐터가 완성되고 죽음의 전대를 발동해 본격적인 반란군 사냥에 나설 때 총사령관 직위로 올랐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역시 애매합니다.


(3) 카시오 타게 장군

이 회의 중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인물입니다. 카시오 타게는 제국 육군 소속으로, 레전드에서는 데스스타의 육군 및 포병 활동을 지휘하는 인물이었지만 캐논에서는 육군 참모총장으로 그 지위가 격상되었습니다. 회의 장면에서 그는 반란군이 생각보다 무장이 잘 되어 있으며 데스스타가 완벽하게 기동하기 전까지는 위험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합니다. 레전드 설정에서는 타게 역시 야빈 전투 때 데스스타와 함께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캐논 세계관에서는 단투인의 버려진 반란군 기지를 조사하러 떠나는 덕에, 저 자리에 함께했던 인물 중 베이더와 함께 유일한 생존자가 됩니다. 이후 황제는 반란군에 대한 그의 식견을 인정하여 그를 대장군으로 진급시킵니다.


(4) 코난 안토니오 모띠 제독

사실상 이 장면의 주인공(?)인 모띠는 타게와 함께 캐논 설정에서 지위가 올라간 인물입니다. 레전드에서는 데스스타의 해군 작전을 지휘하는 장교지만 캐논에서는 제국 해군 참모총장이 되었죠. 이 장면에서는 데스스타 짱짱맨을 외치며 타게를 비꼬고 베이더를 돌팔이 마술사라고 까다가 아버님께 참교육을 당하는 인상적인 장면의 희생양이 됩니다.


(5) 모라드민 바스트 장군

바스트 역시 제국 육군 소속으로, 타킨의 수석 보좌관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회의 중 바스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이후 데스스타 설계도에서 열 배기구가 위험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타킨에게 혹시 모르니 탈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이 조언은 씹혔지만 바스트는 옳았고, 결국 타킨과 함께 폭사합니다.


(6) 울프 율라렌 대령

클론전쟁 애니메이션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함대 지휘관으로 계속 같이 다녔던 바로 그 율라렌입니다. 클론 전쟁 당시에는 해군 제독으로 복무했지만 원래 율라렌은 정보통으로, 공화국 시절 의회 정보부에서 일했고 이후 팰퍼틴 정권에서 민정수석까지 지냈던 인물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율라렌은 해군을 나와 다시 새로 생긴 제국 공안부(ISB)로 가 정보 장교로 일했습니다.

율라렌의 계급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데, 클론전쟁 당시 '제독'이었던 인물이 ISB로 옮기면서 '대령'으로 '진급'했다는 황당한 서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클론전쟁 제작진이 ISB의 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율라렌 대령을 쓰론같은 대제독으로 잘못 알아서 생긴 오류로 (...) 이후 제국 해군과 ISB의 계급체계가 다르다는 식으로 수정되었습니다.

ISB는 내사를 담당하는 일종의 정보부 + 헌병 + 정치장교 느낌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율라렌이 데스스타에서 하던 일은 데스스타 내의 반동분자를 색출하고 조지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장병들 사이에 자기 프락치를 다수 심어놨습니다. 옛 상관이던 베이더와의 관계도 그렇고 여러 모로 두고두고 써먹을 만한 캐릭터인데 일단 현재까지도 야빈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7) 시워드 카스 소령(?)

카스는 데스스타의 선임 통신장교입니다. 데스스타에서 오고 가는 통신을 모두 관리하기 때문에 민감한 기밀 사항도 많이 알고 있고 타킨에게 은밀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일도 합니다. 바스트처럼 카스 역시 나중에 다시 출연해 대사도 읊는데, 바로 단투인에 반란군의 기지가 있긴 하지만 버려진 곳이라는 사실을 보고하는 인물입니다. 레전드 설정에서 카스는 정확한 계급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캐논에서는 로탈 사건 당시 소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당시와 에피4 사이에는 몇 년의 시차가 있으므로 그 사이에 진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8) 트레치 몰록 장군

몰록은 제국 육군의 상장군(High General)으로, 타게의 밑에서 데스스타의 육군 작전을 지휘하는 인물입니다. 반란군에 대해 신중한 경계를 하던 타게와는 달리 몰록은 과격파인지라 타게와 종종 말다툼을 했다고 합니다. 아직 레전드에서만 설정이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9) 허스트 로모디 예비역 장군

로모디 역시 캐논에서는 아직 별다른 설정이 없지만 레전드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캐릭터이므로 이 자리를 빌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로모디는 공화국 시절 지역 자위군에 소속되었다가 클론 전쟁 당시 공화국군 대령, 이후 제국군에서는 육군 장군으로 활약했던 인물입니다. 제국군 시절 로모디는 서부 변방지역에 숨어있는 분리주의연합의 잔존세력을 소탕하는 작전의 지상군 사령관으로 투입되었지만 기습을 당해 눈을 잃고 온몸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장에 남아 싸웠고, 결국 그의 눈은 회복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 인공 눈을 달아야 했습니다.

부상으로 전역한 로모디는 람다 섹터의 의원으로 선출되어 제국 정계에 진출했지만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심한 PTSD와 집중력 장애를 겪었고 결국 의원직에서도 물러났습니다. 이전부터 그를 좋게 보던 타킨은 로모디를 자신의 부관으로 불러들였고 그에게 데스스타의 선임 작전장교의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로모디는 회의에 참석한 이들 중 유일하게 예비역이며, 전투에서 당한 부상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근데 의원직을 사퇴한 이유도 집중력 장애로 인해 의정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이런 인물을 현역이라도 고도의 판단능력을 요하는 데스스타 작전참모로 임명한 타킨은 대체... -_-;;



자, 이 정도 파악되었으니 이제 히달고가 왜 이 장면을 중요하다고 말했는지를 추측해 봅시다.

첫번째 가설은 모띠가 타게를 까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란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타게에게 모띠는 "당신의 함대에게나 위험하겠지, 사령관."이라며 도발합니다. 이건 단순히 '당신이나 무서워하쇼' 정도의 수사로 여길 수 있지만 동시에 실제로 타게의 부대가 반란군에게 털린 일이 있다는 암시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4 오프닝 크로울을 봅시다.


비밀 기지에서 출격한 반란군의 우주선들은 사악한 은하제국에 맞서 그들의 첫 승리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어집니다.


그 전투 중 반란군의 스파이들은 제국 궁극의 병기인 데스스타, 행성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무장 우주 정거장의 비밀 설계도를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즉 반란군이 최초로 승리를 거둔 전투가 바로 로그원에서 그려질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타게가 패배했다면 모띠가 저렇게 약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히달고가 트윗한 장면이 굳이 자막까지 달고 있다는 점은 이 가설에 신빙성을 더해줍니다.

두번째 가설은 회의장에 빈자리가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회의장에는 타킨의 양 옆, 바스트와 로모디 사이, 타킨의 바로 맞은편 이렇게 총 네 개의 의자가 비어 있습니다. 이 중 타킨 옆의 한 자리는 원래 베이더의 자리이나 베이더가 서 있는 걸 선호해서 비어 있는 것입니다. 나머지 세 의자는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설정상으로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 자리가 원래 올슨 크레닉 국장의 자리가 아니냐는 게 이 가설의 요지입니다. 데스스타의 최고 지휘관은 물론 타킨이지만 크레닉은 개발 과정의 총책임자이고, 로그원에서는 거의 데스스타의 주인처럼 나오는데 그가 막상 데스스타가 완성된 이후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최첨단 우주 정거장임에도 그 운용과 관련된 장교, 즉 기술병과 책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원래 크레닉이 그 자리에 있어야 했지만 로그원에서 전사하여 공석으로 남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물론 히달고가 '여러 모로' 중요한 장면이라 언급했으므로 이 두가지 가설 모두 맞을 수 있으며, 또한 지금은 알아차리기 힘든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번째 가설: 사실 타게가 스노크 (..........)
아니 근데 캐논에서 타게 왜 굳이 살려냈냐고. 그리고 타게도 베이더 감시를 했으니 여러 비밀을 알고 있을 법 한데...


by Zannah | 2016/11/28 20:05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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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16/11/28 20:33
개인적으론 황제가 죽고 나서 완전 제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국도 나름 오랜 세월 은하계를 지배 했고 황제가 구심점은 되었지만 군사력은 각 장군 밑에 있는 일종의 군벌 지배 구조도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eggry at 2016/11/29 08:18
다스 시디어스의 숨겨둔 제자 타게!
Commented by 허언증 at 2016/11/29 12:01
은하제국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줄 아느냐?

첫째가 타게요 ....
Commented by ㅇㅇ at 2016/11/30 10:21
사실 진정한 은하제국의 비선실세는 타게조차 아니며 이달고의 트윗에서 보여준 장면에 등장하는, 저 중요한 회의실에서 무려 베이더 경처럼 서 있는 저 문 앞의 두 명 중 한명이었다거나...
Commented by Seattlerai at 2016/12/04 18:51
모티랑 계속 키배하던 저 군인 이름이 타게였군요. 대화 내용만 봐서는 모티 쪽이 군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잘난체하던 탁상물림 이미지고 반대쪽이 우주전 쪽에 대해 잘 알던 해군쪽 인물이란 느낌이었는데 설정이 레전드 캐논 양쪽 다 딴판이라는 점은 엄청 의외군요.
Commented by dd at 2016/12/20 05:27
해외 거주중이라 보고 왔는데 크레닉 국장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캐시안 대위한테 총맞아서 쓰러져있는 상태로 데스스타에게 직빵(..) 으로 맞아 운명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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