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1월 05일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리뷰+분석 (세계관편)
스포일러 주의!!
...라고는 하지만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 테고 국내 흥행도 폭삭 망해버렸네요... 한국에서 스타워즈가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도 이 참에 다뤄봐야 할 듯..
0. 지난번에 캐릭터들을 살펴본 데 이어 이번에는 로그원의 배경 세계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러나 기존 영화들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을 바탕으로 한 깨어난포스와는 달리 로그원의 시대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에피소드4 새로운희망의 직전 이야기다보니 큰 틀에서 할 말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눈길을 끌었던 요소들은 몇가지 있었는데 이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항 연합은 레전드(구EU)에서 보여졌던 묘사와 작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레전드에서 연합은 찬드릴라의 몬 모스마 / 엘더란의 베일 오르가나 / 코렐리아의 가름 벨 이블리스라는 세 명의 정치인이 '스타킬러' 갈렌 마렉(ㅅㅂ)을 중심으로, '코렐리아 협정'을 통해 결성된 것이었습니다. 스타킬러가 끼어들기 전에도 모스마-오르가나-벨이블리스가 과도내각과 수뇌부를 구성했고, 그 중에서도 모스마가 'Chief of State'로 최고결정권을 행사했죠.
로그원에서도 이 과도내각 설정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평의회'라고 언급된 회의기구는 소설판에서 저항군의 과도내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실제로 영화에서 전쟁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던 이들은 제국 의원인 동시에 과도내각에서 각 부 장관을 맡고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몬 모스마 역시 제국의회의 의장과 함께 과도내각의 Chief of State를 겸임하고 있죠. 달라진 점이라면 모스마의 권한이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평의회의 만장일치가 없으면 함대를 움직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이를 시사합니다. 한편 가름 벨 이블리스는 로그원에서 한번도 언급이 안 되었고, 레벨즈에서도 딱히 등장할 기미가 없는 것으로 보아 캐논 설정에서는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티모시 잰이 쓰론 소설을 내면 어떨까!)

게레라는 각본 변경으로 인해 비중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급진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별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레라는 연합 결성 초기에는 함께 행동했으나 이후 모종의 이유로 인해 갈라서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진 어소가 16살 때까지 게레라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게레라의 연합 탈퇴는 영화로부터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으로 추측됩니다.)
게레라와 연합이 갈라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1) 연합은 무력투쟁과 함께 의회에서의 정치적 투쟁을 병행하고 있지만 게레라는 게릴라 노선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2) 무력 사용에 대한 평의회 의결에 불복.
이유를 이렇게 축소하는 이유는, 사실 저항 연합 내의 무력투쟁 방식이 게레라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레라가 쓰는 게릴라성 전술은 저항군 역시 사용하는 것이고, 또한 카시안 안도르의 행동과 말을 통해 그 잔인성 또한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안도르는 암살, 비정규전 외에도 입을 막기 위해 정보원을 죽인다든가, 같은 편을 쏴죽인다든가 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모스마와 오르가나의 입장 역시 위 두가지를 제외하고는 게레라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은하계를 대표하는 평화로운 행성들인 찬드릴리와 엘더란을 대표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평의회에서는 전쟁을 지지하는 눈치를 보이죠. 오르가나가 "엘더란으로 돌아가 더 이상 평화는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게레라에 대해 말할 때 모스마가 드레이븐 장군과 나누는 미묘한 눈빛과, 이와 대조되는 라두스 제독의 출정 소식에 살짝 웃는 모습 역시 이를 뒷받침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쏘우 게레라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레벨즈에서 다시 등장할 것이라 하니 그쪽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아, 카시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얘를 연합에 데려온 게 풀크럼이라고 하더군요... 호오.

깨어난포스에서 스타킬러 돌진 장면과 함께 또 한번 설정덕후들을 울렸습니다....
예고편에서부터 제다가 데스스타의 공격을 받고 여기서 하이퍼스페이스로 도망가는 U윙의 모습이 나와서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정말 그대로 나와버렸습니다... 심지어 그 다음 장면에서 행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처럼 날아가는 U윙 장면으로 확인사살까지...
데스스타가 제다를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하더라도 하이퍼스페이스를 타는 것은 영 찝찝할 텐데 심지어 그저 도시 하나 날아가고 행성 자체는 거의 멀쩡함에도 대기권 내에서 바로 돌입하는 바람에 대기권 내 하이퍼스페이스 돌입을 영화에서 대놓고 보여주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럴거면 앞으로 왜 행성 내에서 그냥 도망가버리지 굳이 궤도 밖으로까지 나가야 하냐고 하면 어쩔 건지... 하아....
4. 휠 족의 수호자들

휠 족.... 네, 스타워즈 어느정도 판 사람들은 다들 이 이름 듣고 깜짝 놀랐을 겁니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 사운드트랙 제목들 중 있는 이 이름을 보고 진짜 온갖 상상이 다 떠올랐었죠. 그 와중에 '로그원 팀 = 렌의 기사단' 가설까지 보면서 휠 족이 끼면 그럴싸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뭐 완벽한 몰살엔딩으로 끝나면서 이 가설까지 다룰 필요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휠 족은 과거에 '스타워즈의 금기들'을 다루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로그원 개봉 이후 여러 웹진들이 소개하고 있듯이, 휠 족은 원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초기구상에 등장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스타워즈는 야빈 전투로부터 100여 년 후, 은하계의 사건들을 기록하는 휠이라는 종족이 R2-D2의 도움을 받아 재구성한 '옛날 이야기'라는 게 원래 컨셉이었죠. 이 설정은 금방 폐기됐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모든 스타워즈 영화 인트로에 나오는 "오래 전 머나먼 은하계에서는..."이라는 문구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휠은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다루는 것이 어째선지 금기되어왔습니다. 오직 조지 루카스 자신만이 직접 휠 족에 대해 말할 수 있었죠. 이 이름이 재등장한 것은 10여 년 전, 콰이곤이 영생의 비밀을 휠 족의 샤먼으로부터 배웠다는 설정이 나오면서였습니다. 그러나 그 뿐이었고, 루카스는 더 이상 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조짐은 디즈니에 전권이 넘어간 후에 나타났습니다. 깨어난포스 소설판의 도입부에 '저널 오브 휠', 그러니까 루카스가 40여 년 전에 구상했던 그 이름이 공식 소설에 쓰인 것입니다.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먼저 낮이 오고
이어서 밤이 온다.
어둠이 물러간 후에
빛이 내려온다.
말해지길, 그 차이는
오직 제다이의 단련된 눈으로
회색의 결의를 통해서만
올바르게 인도될 수 있다.
이어서 밤이 온다.
어둠이 물러간 후에
빛이 내려온다.
말해지길, 그 차이는
오직 제다이의 단련된 눈으로
회색의 결의를 통해서만
올바르게 인도될 수 있다.
- 휠의 저널, 7:477
이 구절만으로도 진짜 엄청난 떡밥이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언젠가 다룰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이렇게 캐논 세계관이 들어오자마자 휠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영화인 로그원에 들어서는 드디어 영화에서도 직접적인 언급이 이루어졌죠.

영화에서 베이즈는 포스와 별 인연이 없는 것처럼 나오니 이에 대해서는 덮어두고 치룻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하자면, 이 캐릭터가 과연 포스 센서티브인지 아닌지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영화에서 웬만큼 암시가 되고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되고 있는 것들을 몇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진의 카이버 크리스탈을 알아챈 것은 카이버 크리스탈 자체에 있는 공명현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치룻의 지팡이 끝에 역시 카이버 크리스탈이 들어 있는데 카이버 크리스탈은 가까이 있으면 공명을 하고 치룻은 이를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좀 이상한 게, 일단 공명을 느끼는 것이 포스를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도 가능한 한편(왜냐면 진은 느끼지 못했으므로), 지금까지 라이트세이버에 주구장창 쓰인 카이버 크리스탈의 공명에 대해 어째서 제다이들은 전혀 느끼는 기색이 없는가, 그리고 심지어 데스스타에는 막대한 양의 크리스탈이 쓰였는데 그건 공명을 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휠 족이 카이버에 대한 이상한 집착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치룻은 그 느낌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훈련받았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치룻은 카시안이 갤런을 죽이러 갈 때 그의 주변의 포스가 '어두워진' 것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무협에서 나오는 '살기' 비슷한 느낌인데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그런 힘은 모두 포스로 이어지므로 치룻은 포스 센서티브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님인 치룻이 전투가 가능한 것은 청각을 극도로 끌어올리도록 수련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이 부분은 묘사가 되었죠. 그러나 동시에 카이버 크리스탈의 도움을 받는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치룻이 죽기 직전, 마스터스위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걸어갈 때 데스트루퍼들의 포화를 전혀 맞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걸어가는 장면에서 스타워즈 팬들이 아닌 사람들은 많이들 웃던데, 사실 그 장면이야말로 포스의 성질을 굉장히 잘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예전 글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스타워즈 세계에서 '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벤 케노비의 대사에서 나오듯이, 실제로는 포스의 작용입니다. 이 세계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포스와 맞닿아 있고, 어느정도는 자신의 의지를 포스에 투영하고 있으며, 포스 유저는 단지 그 '의지의 투영'이 일반인보다 훨씬 강해서 포스 자체를 왜곡할 수 있는 이들인 것이죠. 포화 속을 걸어가면서도 무사한 것이 '운'이라고 한다면 그 역시 포스에 자신의 의지를 투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정리하자면 치룻 임웨는 제다이 수준의 포스 유저는 아니지만 포스를 느끼고 제한적으로나마 자신의 의지를 반영시킬 수 있는 포스 센서티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다와 휠 족 이야기를 하다보니 치룻 임웨 얘기로 넘어왔는데, 사실 밝혀진 게 너무 없다보니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추측만 가능할 뿐이죠.

힘들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 by | 2017/01/05 21:58 | 별들의 전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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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데스스타가 스카리프를 공격하는 씬에서 기지를 직접 타격하지 않고 주변부를 타격한 이유가 있나요? 직접 타격을 못하거나 안 한 이유가 있었나 해서요.